학교 뛰쳐나간 아이들,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는 정부

[Law&Life-학교 밖 청소년 ①] "민관 협력으로 '학교밖 위기 청소년' 찾아 지원해야"

박보희 기자 2018.01.12 05:0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인천에서 졸업을 앞둔 여고생을 집단 폭행한 4명이 지난 10일 구속됐다. 이들 중에는 10대 여성 2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지인의 소개로 여고생을 만나 친구로 지냈지만,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여고생을 20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법원은 이들을 구속시키면서 사유로 '주거 불분명'을 적시했다. 이들은 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미성년자를 보호할 마지막 울타리가 학교다. 그러나 학교마저 뛰쳐나온 '학교밖 청소년'들이 기댈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학교를 떠난 이후

'학교밖 청소년'이 모두 '문제아'라는 건 오해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가 '범죄'인 이들은 소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학업 중단 고등학생은 총 13만여명에 이른다. 이중 학교폭력이나 학칙위반으로 인한 퇴학은 3%, 제적·유예·면제로 인한 학업 중단은 1%에 불과하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학교밖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학업을 계속한다"며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18% 가량의 아이들, 그중 범죄로 연결되는 5% 미만의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학교를 그만 둔 이후 생긴다. 폭력 등으로 가정에서도 소외된 이들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 윤 연구원은 "보호관찰 중인 아이들의 결식률은 일반 아이들에 비해 굉장히 높다"며 "굶다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학교밖 청소년 자립을 돕는 소년희망공장의 두현오 목사 역시 "아이들은 집을 나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고 정보도 부족하다. 그러다보면 같은 처지의 가출 아이들과 '팸'을 형성하고 이미 가출 경험이 많은 친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범죄에 노출된다"며 "한달에 20만~30만원의 밥먹을 돈만 있어도 범죄에 빠지지 않을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는 순간 교육부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난다. 이들은 여성가족부로 관리 부처가 옮겨지지만 개인보호 등의 문제로 여가부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다. 윤 연구원은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그만 두는데 문제는 그 이후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다리는 어른들, 오지 않는 아이들

'학교밖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5년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이후 '학교밖 지원센터'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현재 센터는 전국적으로 총 206개에 이른다.

그러나 정작 지원 대상인 청소년은 이곳을 모르고, 알아도 찾지 않는다. 법 제15조는 학생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경우 교장은 해당 청소년에게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지원센터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학교장 등 관계자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협조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학교밖 청소년 이행경로에 따른 맞춤형 대책 연구'에 따르면 '지원센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427명의 학업중단 청소년 중 307명(71.9%)은 '모른다'고 답했다. '서비스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286명(67%)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럴듯한 정책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현재 정책의 문제는 찾아오는 아이들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찾아오는 아이들은 이미 문제가 없다. 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가야 하는데 찾아가는 서비스는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밖 청소년 지원 활동을 하는 음전훈 민들레학교 이사장은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조차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먼저 학교밖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시는 학령기 청소년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 운영한다. 학교밖 청소년의 경우 직업교육, 직업훈련, 취업 등 어느 곳에도 소속돼있지 않을 경우 담당 공무원이 직접 아이를 찾아가 상담을 통해 '무엇이라도' 하도록 지원한다.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 구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유연한 시스템 운영이 가능한 민간이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찾아내는 역할을 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는 식이다. 두 목사는 "학교밖 청소년 중에서도 위기에 처한 아이들은 가정폭력 등의 상황에서 도망쳐나온 아이들이 적지 않다.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는 아이들이 다시 어른들에게 속박돼 체계적인 생활을 강요당하는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스템에 따른 일괄적 지원이 아니라 개개인에 맞는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 민간과 협력해 위기청소년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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