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병원·정부, '메르스 38번 환자 유족'에 손해배상 안해도 돼"

박보희 기자 2018.01.23 11:2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망자 유족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 측은 정부과 병원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이원)은 메르스 사망자 유족이 병원과 정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23일 기각했다.

'메르스 38번' 환자로 알려진 오모씨는 2015년5월14일 간경화 등의 진단을 받고 대전의 D병원에 입원했다. 다음달인 6월1일 메르스가 의심돼 충남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보름 뒤인 15일 메르스 감염증에 의한 폐렴 및 급성 호흡부전으로 결국 사망했다.

오씨의 유족들은 고인이 발열 증상이 있는데도 D병원에서 즉시 메르스 검사를 하지 않은 점,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감염자였던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게 한 점,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도 즉시 충남대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병원과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망했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오씨와 같은 병실을 쓴 16번 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이 2015년5월31일 이뤄진 점 들을 볼 때 병원 측이 오씨의 발열을 메르스 증상으로 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병원 측의 조치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가 수행한 메르스에 대한 사전 연구 등이 재량아 범위를 넘어 현저하게 부실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메르스의 항바이러스제 등이 개발되지 않아 대증요법이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병원 측에서도 관련 치료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의심 환자를 신고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진단 검사를 지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실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검사 지연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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