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출생신고'를 법원이 허용하는 이유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고윤기 변호사(로펌 고우) 2018.02.08 05:20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는 입양에 대해서는 상당히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입양아’라는 것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편견이 없는 척 하지만, 막상 입양된 사람이 결혼 등을 통해 내 가족 내로 들어오는 일이 생기면,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가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입양하면서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입양사실은 공적인 문서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의 호적부에서는 입양사실, 이혼사실 및 형제자매의 개인정보 등의 신상변동이 모두 기재되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과거에는 외부에 자신의 아이를 입양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실제로는 입양이지만 자신의 친생자(親生子)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래는 이 친생자 신고에는 아무런 효력이 없어야 합니다. ‘가짜’신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이런 허위의 친생자 신고의 경우에도 ‘입양의 효력’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실질을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가족관계에서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대부분 상속입니다. 이 친생자로 신고한 아이가 ‘상속’을 받을 시점이 되면,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이 오가기 시작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에게 자신이 받을 상속재산을 빼앗기기 싫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친척들이, 친생자로 신고한 아이를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라는 것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라는 것은 말 그대로 친자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입니다. 원래 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는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실제로는 입양이지만 친생자로 신고한 사안에서는, 이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허위의 친생자 신고에도 입양의 효력이 인정되는 이상, 법률적으로는 부모 자식 관계이고, 이 부모 자식 관계에는 다른 사람이 간섭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생자 신고로 이루어진 양자 관계는 부모와 자식이 깰 수 있습니다. 양부모와 양자는 쌍방 간에 파양을 위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 소송에서 ‘파양(罷養)’을 해서 양부모-양자 간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됨에 따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타인에게 민감한 정보들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입양되었다는 사실도 ‘입양관계증명서’를 발급받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양자를 친생자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이 줄 것으로 보입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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