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석방됐는데…신동빈은 왜 실형일까?

면세점 특허 취득 관련 '부정한 청탁' 인정…법원, 이재용 부회장은 구체적 현안 없었다고 판단

한정수 기자 2018.02.13 17:27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62)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과 대조된다. 구체적 현안이 없었던 이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에겐 면세점 특허 취득이란 현안이 있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신 회장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범행은 면세점 선정 절차가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될 것이라는 사회와 국민의 믿음과 희망을 무너뜨린 행위"라며 "신 회장을 선처하면 기업인들이 뇌물을 공여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뇌물죄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범죄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이 받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공무원이 아닌 제3자에게 건넬 때 성립한다. 제3자 뇌물은 공무원에게 직접 건네는 단순 뇌물과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입증돼야 한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도 최씨 측 재단에 건넨 돈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일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이 부회장에게 구체적인 현안이 없었던 만큼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신 회장에 대해 법원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롯데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취득과 관련한 편의를 봐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최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건넸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신 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고, 자신이 직접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면담한 직후 부하 직원들에게 K스포츠재단 관계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줬다"며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재단 지원을 먼저 요청하지 않았다면 부하 직원이 재단 관계자 연락처를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에게 재단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롯데그룹과 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보고를 여러 차례 받은 점 등도 인정된다"며 "신 회장이 롯데의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직무상 영향력, 대통령의 영향력이 유리한 방향으로 행사될 것이란 기대를 고려 요소로 삼아 재단 지원을 결정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수동적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사정이 뇌물공여죄를 유죄로 판단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와 뇌물공여는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롯데에 자금 지원을 요청해 달라'고 부탁한 점 등도 모두 인정됐다.

한편 이번 사건과 별개로 신 회장은 실제로 일을 하지 않은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등에게 508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횡령한 혐의 등 경영 비리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말 신 회장의 업무상 배임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검찰과 신 회장 측이 모두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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