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나체사진 보내라' 협박한 것도 강제추행"

협박으로 겁 먹게 해 피해자 스스로 촬영…직접 접촉 없이도 강제추행 해당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2.25 09:00
/사진=뉴스1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채팅으로 협박해 나체 사진을 전송받았다면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20대 이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알게 된 2015년 10대였던 조모씨에게 ‘특정 자세의 동영상을 보내지 않으면 사진과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겠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협박하고 피해자로부터 나체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전송받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법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남자 성기를 본 적이 있냐’라며 본인의 성기 부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해당 파일을 피해자 조씨에게 전송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씨는 같은 해 20대 조씨에게도 ‘성노예로 삼겠다. 거절하면 몸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협박하고, ‘회사 화장실에서 얼굴과 함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촬영해 보내라’고 해 사진을 전송받았다. 이후에도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거나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신체사진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했고 ‘초대남을 불러 성관계를 하면 동영상을 촬영하겠다’며 11회에 걸쳐 온라인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1심 법원은 “죄질이 좋지 않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해 보인다”며 “이씨와 피해자들은 서로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찍어 전송해주던 관계로 참작할 점이 있다”면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 법원은 이씨가 20대 피해자 조씨에게 ‘자진해서 성노예를 하기로 했고 주인이 시키는 모든 것을 하며 3분 내에 무조건 대답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된 서약서를 작성하고 사진을 보내라고 시켜 피해자로부터 사진을 전송받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1심 법원은 “직간접적인 신체접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그 행위 자체만으로 객관적으로 추행에 이를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 법원은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보면서 강요죄로 달리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표시를 철회해 인정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이어 서약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성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 법원은 “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신체에 대한 즉각적인 접촉 또는 공격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사법기관에 신고 등을 통해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협박당해 겁을 먹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나체나 속옷만 입은 상태로 스스로를 촬영하게 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들을 도구로 삼아 피해자들의 신체를 이용해 그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직접 위와 같은 행위들을 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며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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