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고발부터 소환까지…152일 간의 기록

[MB 소환 D-1 ③] 檢, 고발장 접수로 다스 수사 개시…朴정부 수사 중 국정원 뇌물 단서 포착

한정수 기자 2018.03.13 04:03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10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고발장 접수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지 152일만이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이 검찰의 손에 들어간 건 지난해 10월13일이다. 이날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 측은 다스의 미국 소송에 한국 국가기관이 동원된 의혹이 있다며 이 전 대통령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즉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에 배당됐다. 

그러나 당시 첨단범죄수사1부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관련 비위를 수사하고 있었다.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수사에 다소 차질이 있었던 첨단범죄수사1부는 올해 1월 초가 돼서야 다스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12월26일 서울동부지검에 다스 횡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이 설치돼 다스 관련 수사가 투트랙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명박정부 청와대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상납된 정황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대기업 등을 동원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사건에서 시작, 박근혜정부 청와대로 국정원 특활비가 상납된 정황을 포착한 특수2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로도 뇌물성 특활비가 전달된 단서가 잡혔다.

검찰은 지난 1월12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에서 돈을 받았다는 취지로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홍봉진 기자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짜맞추기식 수사로 공직자들을 괴롭히지말고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으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5일 김 전 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중에 다스 관련 수사도 속도를 냈다. 김성우 전 다스 대표는 검찰에서 "다스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이 밖에 다수의 관계자들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다스 본사와 다스 서울 사무소가 입주한 영포빌딩 등을 압수수색했다.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는 대량의 청와대 문건이 발견됐다.

검찰은 지난달 8일에는 삼성전자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해 삼성전자 사무실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다스의 미국 소송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다스가 지급한 소송비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 측은 총 60억원대 소송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부지검에 설치됐던 다스 수사팀은 지난달 19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스의 경리직원 조모씨가 횡령한 것으로 이미 알려진 비자금 120억원 외에 회사 차원에서 별도로 조성한 비자금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관련 사건 기록을 모두 중앙지검에 넘겼다. 중앙지검은 추가 수사를 통해 다스가 총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중 일부가 이 전 대통령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다스 협력사인 금강의 이영배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17대 대선을 전후해 거액의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중순 그의 주거지 등을 압수색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서 확보한 메모와 비망록을 통해 그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8억원,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씨에게 14억5000만원을 건넨 것을 파악했다. 이 전 회장은 성동조선해양과 ABC상사 등에서 돈을 모아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소남 전 의원이 공천헌금 명목으로 4억원을, 대보그룹이 사업 관련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이 전 대통령 측에 건넨 정황도 드러났다. 이 같은 금품수수 과정에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이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오는 14일 이 전 대통령에게 검찰에 출석할 것을 지난 6일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 대해 "이명박정부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수사는 아니다"라며 "자연스럽게 나오면 나오는 대로 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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