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는 누구 겁니까"…MB는 대답하지 않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준비된 메시지만…질문엔 '묵묵부답'

한정수 기자 2018.03.14 10:24
뇌물수수, 직권남용,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국민들이 궁금해하는데 다스(DAS)는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문을 끝내 외면했다. 지난 1월 기자회견 이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이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취지의 준비해 온 메시지 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믿고 지지해준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께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기자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는데 100억원대 뇌물 혐의를 부인하느냐'고 묻자 "여기(계단) 위험하다"고만 했다. 이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데 다스는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채 청사 안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9시15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출발한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23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감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를 한 이 전 대통령은 긴장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렸다. 이어 준비해 온 A4용지를 꺼내 읽을 때는 초조한 듯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간부용이 아닌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검찰 직원들과 함께 10층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 출석 30여분 전 미리 도착해 대기하던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 등 4명의 변호인단이 함께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출두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이른 아침부터 검찰 직원과 취재진 등으로 북적였다.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청사 앞 현장에는 약 300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출입이 제한됐다. 사전에 비표를 신청한 취재진 등은 신분 확인과 소지품 검사 등을 거친 뒤 청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총 20여개다. 대선을 통해 당선된 2007년말부터 재임 중인 2012년까지 측근 등을 통해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만 총 100억원대에 달한다. 공여자 또는 전달자 별로는 △삼성그룹 약 60억원(다스 미국 소송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2억5000만원△국가정보원 17억5000만원 △대보그룹 5억원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 4억원 등이다. 이 밖에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지목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와 관련된 각종 비위 의혹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한동훈 3차장검사(45·27기)와 차를 마시며 조사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조사에 들어갔다.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48·29기),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48·29기) 등 두명의 동갑내기 부장검사와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검사(46·32기)가 이날 오전 9시50분부터 1001호 조사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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