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과실 분만 사망사고도 최대 3000만원 보상받는 방법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정제도와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전현정 변호사(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018.04.14 05:5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기자


"심사관님, 임신 기간 동안 아기를 만나는 날만 기다려 왔는데, 수술 다음 날 너무나 허망하게 가버렸어요. 저는 돈 때문에 이 사건을 신청한 게 아닙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의료진의 과실 때문일까요? 만일 의료진의 과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나요"

산모 A씨의 목소리는 흔들리다 못해 흐느끼고 있었다. 통화 중 한순간 정적이 맴돌았다. 온전히 위로할 수 있는 말을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그 마음의 아픔이 너무나 오롯이 무겁게 전해왔기 때문이었다.

A(만 36세)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아이를 임신했다. 배우자 B씨와 함께 하루빨리 아기를 만나는 날만을 기다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산전관리 과정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태아가 다소 과체중 상태로 확인돼 제왕절개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은 순조롭게 이뤄졌으나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출생 직후 별다른 문제가 없던 신생아가 5분 만에 자발호흡을 하지 못해 청색증이 발생한 것이다. 병원 의료진은 긴급히 기관삽관을 시행하고 산소를 공급해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이후 신생아는 심한 호흡곤란 증후군, 신생아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았으나, 출생 다음날 사망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이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사망하자 부부는 큰 상실감에 빠졌다. 병원 측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였다고 주장했으나, A씨와 B씨는 의료진 과실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결국 주치의였던 C씨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 조정제도를 이용해보자고 권유했다.

의료분쟁을 다루며 가장 안타까울 때는 환자가 의료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중상해의 나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다. 의료진 과실이 아닌 경우 의료진에게는 환자나 그 가족(상속인)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그런데 의료진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분만'과 관련된 의료사고는 피해 보상받는 제도가 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과정에서의 의료사고에 대해서 최대 3000만원을 보상해준다. 피해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경제적, 심리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제도다. 
 
보상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조정절차 진행 중 해당 의료사고에서 보건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감정서가 제출되고, 조정부(의료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에서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신청인에게 통지한다.

통지를 받은 신청인은 통지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대불보상팀)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엔 조건이 있다. 산모 사망의 경우 재태주수(在胎週數)가 20주 이상 경과해야한다. 태아 및 신생아 사망에 대한 보상은 출산체중이 2000g 이상, 재태주수가 34주 이상이여야 한다. 사망 태아가 여럿인 경우에는 보상은 각각 적용된다. 산모와 신생아가 동시에 사망하는 경우에도 별도 적용된다.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사례에서의 신생아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였으나 사망하게 된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해당된다고 판단됐다. 보상금 3000만원 지급결정으로 주치의 C씨의 추가 금전 지급없이 조정성립이 되었다.

A씨는 중재원 조정제도로 짧은 시간에 아기의 사망 원인을 알게 됐고,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의료인에 대한 원망도 점차 줄어들어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오기도 했다. C씨 또한 산모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힘들었으나 짧은 시간 내에 오해를 풀 수 있었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였음을 확인받는 계기가 됐다고 전해왔다. 

전현정 변호사(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심사관)
전현정 변호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심사관으로 재직중이다. 간호사 출신의 전문성을 살려 2013년부터 500건 이상의 의료분쟁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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