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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업체 직원은 '택배원'…대법 "산재 인정"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5.10 06:00

/사진=뉴스1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건당 수당을 받으며 일한 배달대행업체 직원은 ‘택배원’에 해당하는 만큼 사고를 당한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배달대행업체 운영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최모씨는 서울 광진구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했다. 최씨 업체에 소속된 배달원들은 스마트폰에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오토바이를 이용해 해당 가맹점에 가서 물건을 받아 전달하는 배달 업무를 수행했다.

배달원들은 근로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고 가맹점으로부터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으로 수익을 얻었다. 별도로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는 않았다. 물품이 손상되면 배달원이 직접 가맹점에게 손해를 배상해주기로 돼 있었고 만약 배달원이 배달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었다. 구역을 통제하거나 배달업체 소속임을 알리는 복장이나 표식도 없었다.

최씨 업체 소속 배달원으로 일하던 박모씨는 2013년 11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 근처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해 배달을 하다 교통사고가 났다. 박씨는 2014년 6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등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불복한 박씨는 심사 청구를 통해 결국 2014년 11월 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와 진료비 등을 받았다. 그러자 공단은 최씨에게 ‘이번 사건은 사업주인 최씨가 박씨 등이 보험가입자에 해당함에도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게을리 한 기간 중에 재해가 발생했다’면서 박씨에게 최씨에게 지급한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라는 처분을 했다.

최씨는 배달원 박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박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처분과 그 금액의 50%를 최씨에게 내라는 두 개의 처분이 모두 잘못됐다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하급심 법원과 같이 “오토바이 배달원으로 일한 박씨가 최씨의 지휘나 감독 아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씨가 '택배원'에 해당하는 이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해 산재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관련 법률에서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일을 하면서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따로 규정해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의 하나인 택배원이 포함돼 있다.


대법원은 박씨의 업무에 대해 “배달대행업체에서 음식물을 배달하는 업무는 ‘음식배달원’의 업무보다는 ‘택배원’의 업무에 더 잘 부합한다”면서 “박씨가 택배원에 해당하는 이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서의 구체적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관해 더 나아가 심리하거나 판단하지 않은 원심은 잘못”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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