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동산 중도금 지급 후 이중매매…배임죄"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5.17 16:03

/사진=뉴스1

대법원이 중도금 지급 후 이뤄진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 등으로 기소된 권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김창석, 김신, 조희대, 권순일, 박정화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배임죄로 본다고 했던 판례의 태도를 유지하고 이와 다르게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권씨는 상가점포를 피해자들에게 13억8000만원에 매도하고 피해자들로부터 계약금 2억원과 중도금 6억원을 합쳐 8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권씨는 피해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같은 상가점포를 다른 사람에게 이중으로 매도하고 등기까지 완료해 11억1000만원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다른 혐의를 포함해 배임죄도 유죄로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고 2심 법원은 다른 혐의는 유죄로 보면서 배임죄에 대해서는 무죄라면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동산(움직일 수 있는 물건)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인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에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도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가 되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 관계가 생겨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고 계약금만 지급됐을 때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면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선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그동안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2심 법원에서 이와 다른 판결이 나오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공개변론까지 거쳤다. 하지만 결국 기존 판례를 뒤집지는 못 했다.

김창석, 김신, 조희대, 권순일, 박정화 대법관 등 5명의 대법관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는 성립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해 매매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소유권 이전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매매계약에 따른 ‘자기의 사무’”라면서 “배임죄의 요건인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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