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뇌물' 문고리 3인방, 징역 4~5년 구형

검찰 "대통령의 맑은 눈, 밝은 귀가 됐어야 했는데 부정의 손발처럼 움직여"

김종훈 기자 2018.05.21 16:11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왼쪽부터),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의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 재판에서 각각 징역 4∼5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 재판에서 이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18억원, 안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18억원과 추징금 1350만원을 구형했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선 징역 4년에 벌금 2억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대통령은 사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회 의사에 의해 편성된 나랏돈을 자신이 임명한 국가기관장으로부터 상납 받았다"며 "피고인들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관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대통령과 피고인들이 각자의 사적 이득을 위해 지휘·복종·편승하는 관계가 아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맑은 눈, 밝은 귀가 됐어야 할 피고인들은 부정의 손과 발처럼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구했어야 했는데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에만 급급했다"며 "법의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구형 후 발언권을 얻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전 비서관은 "어찌 됐든 대통령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측근 참모로서 왜 더 잘 모시지 못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와 슬픔으로 괴롭고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일이 잘못된 그때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돌이키고 싶은 심정"이라며 "제 행동이 이렇게까지 크게 문제가 될 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자책한다"고 했다.

안 전 비서관은 "당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용생활 동안 그 과정을 짚어보니 조금 더 깊이 생각해서 일처리를 했더라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며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많이 반성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조금이라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고 떳떳하게 공직생활하기 위해 각별히 조심하고 절제하며 생활했다"며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뇌물과 관련해서 이 자리에 서게 돼 정말 참담하고 많은 회한이 든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당히 책임지겠다"고 했다.

세 사람의 최후진술이 끝난 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한편 이 전 비서관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36억5000만원을 상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차명폰 구입이나 기치료·주사 비용, 삼성동 사저관리비, 최측근 활동비 및 명절·휴가비, 최순실씨가 운영하는 대통령 전용 의상실 운영 비용 등에 쓰여진 것으로 파악됐다.
 
안 전 비서관은 2013년 5월 서울 소재 모 호텔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총 8회에 걸쳐 총 135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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