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할까?…14년만에 전원 재판

(종합) 8월30일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전향적 판결 나올지 관심

백인성 (변호사) 기자, 이보라 기자 2018.06.18 14:09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대법관 13명 모두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루기로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전원합의체 선고가 내려지는 건 2004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와 남모씨가 각각 입영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개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8월30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은 2004년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도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판단을 내린 이후 줄곧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 선고를 통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려왔다. 

대법원은 2004년 전원합의체에서 "병역거부자의 양심실현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으므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에서 직접적인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후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우리 국민의 통보 사안을 심사해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했다는 견해를 공표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2011년 기존 선례를 변경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인권규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재 국방부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전해철·박주민·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고심 사건은 100건이 넘는다. 하급심에선 판결의 유·무죄 결론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해 상고한 사건도 3건 있다.

다만 징병제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고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초래된다는 반론은 여전하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를 통해 종전 판결의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쟁점은 병역법과 예비군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국방부, 병무청,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공법학회,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헌법학회, 대한국제법학회 등 12개 단체에 쟁점에 관한 의견서 제출 요청서를 발송했다.

대법원의 공개변론 시점인 8월말은 현직 대법관 3명의 교체 이후다. 현직 대법관 중 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은 오는 8월1일 퇴임한다. 대법관 13명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전합에서는 7명 이상만 찬성하면 기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군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각각 7대 2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판단한 이후 7년째 이와 관련된 판단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 헌재는 다수의견으로 "병역의무의 이행에 따른 손실의 보상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 양심의 자유에 의한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개병 제도에 바탕을 둔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 통합을 저해해 국가 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다"며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합당한 손실전보 등 군복무로 인한 차별을 완화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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