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부터 법정에 '통역인 인증제' 도입된다

16개 언어 대상…'외국인 비율 1위' 수원지방법원서 시범 실시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7.16 08:35

법정에서 외국인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본지 2018년 7월10일 보도 "지금 피고인한테 제대로 통역한 거 맞아요?" 참고)과 관련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통역인 인증제'가 법정에 도입된다. 재판에서 외국인 피고인이나 증인이 등장할 경우 법원이 자체적으로 인증한 통역인들만 재판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통역내용의 질을 담보하겠다는 계획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올해 하반기 수원지방법원을 대상으로 법정에서 이뤄지는 외국인 통역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전국에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1위)·수원시(3위)·화성시(4위) 등을 관할하고 있어 관할 내 외국인 비율이 전국 법원 중 가장 높다.

대법원은 이번 실태조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외에도 태국어, 필리핀어, 몽골어 등 16개 이상의 소수 언어를 포함해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수십 분 이상으로 이뤄진 법정통역 녹음파일 40~50개를 수집해 통역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실태조사 후 자체적으로 통역인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 동안 각급 법원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모집해 외국인 형사사건에 투입되던 통역인들을 인증제도를 통해 관리함으로써 통역의 질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인증시험은 각 언어별로 수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녹음된 음성통역파일을 채점하고, 화상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법원, 검찰, 경찰 등이 공동으로 통역인을 선발해 인증하는 방안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통역인을 선발하고 법원에서 이를 인증하는 방안 △사법부 자체적으로 통역인 후보자를 선발해 인증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 등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 경우 통역인을 단기간에 선발하는 게 쉽지 않고, 법원에서의 통역에 적합한 수준의 통역인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자체적인 인증제도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법원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통역인 인증제도를 시범 실시하고, 단점을 보완해 전국 법원에 도입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수원지방법원의 통역결과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법원 자체적인 (인증)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이라며 "시범사업 역시 수원지방법원부터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증제 도입은 공판에서 외국인들에게 제공되는 통역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 동안 법정에 서는 통역인들은 각급 법원에서 통일된 선발기준 없이 이력에 대한 서면심사만으로 뽑혀 각 법원마다 관리돼 왔다. 이들에겐 연 1회의 형식적 교육만 이뤄질 뿐이어서 통역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법정에 서는 통역인에게 자격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 미국 역시 통역인의 자격을 제한하고 필요한 시험을 거쳐 법원의 인증을 요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캐나다·호주·영국 등에서 공공서비스 분야 통역에 필요한 통역인 자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엔 수사절차에서 공판에 이르기까지 통역 제공의 방식과 범위, 통역사의 자격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령조차 없는 상태다.

2016년말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176만 4664명으로 충청북도 전체 인구를 넘어선다.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된 외국인 피고 형사사건 수는 4469건에 이르러 2012년 3243건에서 1/3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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