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챙겨봤어야 했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후회

[비선실록(秘線實錄) 제10화-총수들이 본 미르·K스포츠재단 上] 구본무 회장 "대통령 독대 후 회사에 지시 안 했다"…최태원 회장 "하자 없다면 따랐을 것"

박보희 기자 2018.07.18 04:00
2015년 7월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

"처음 듣는 얘기 같습니다. 회장님께 그걸 물어볼 수 있을지…"

2015년 8월1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빌딩.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소속 4대 그룹사의 임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BH(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며 전한 말을 듣고서다.

박 전무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문화재단과 스포츠재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전경련이 기업 출연에 협조해달라'며 '두 재단의 규모는 각 300억원 정도이고, 이런 내용은 VIP(대통령)께서 청와대 회의에서 기업 회장님들께도 당부를 한 사안이라 기업들에게 연락을 하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처음 듣는 얘기'라는 임원들의 말에 박 전무는 "BH회의에 참석한 기업 회장님들께 확인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로부터 약 두달이 지난 10월8일, 이들은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다시 모였다. 박 전무는 "청와대 회의에서 기업 회장들과 사전 이야기된 부분이 있었느냐"고 다시 물었다. 임원들은 "청와대가 시키는 일이니 해야겠네"라면서도 서두르지는 말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시간이 지나면 청와대 지시 사항이 유야무야될 수도 있으니 기업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상황은 빠르게 전개됐다. 이날 회의부터 20여일 뒤인 10월27일 18개 그룹이 486억원을 출연한 미르재단이 출범했다. 그리고 또 두달여 뒤 미르재단의 판박이 형태인 300억원 규모의 K스포츠재단이 출범했다.

전경련은 그룹사별로 분담금 납입 비율에 맞춰 기업별 출연금을 책정해 통보했고, 기업들은 그에 따라 돈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총수들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길래 일사천리로 774억원에 달하는 출연금이 모인 걸까?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 간 만남은 2015년 7월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와대에선 박 전 대통령 주재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과 이튿날인 25일 대기업 총수들 몇몇을 청와대 안가로 불러 단독 면담 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나 한테 보고 안 했다"

김완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무는 2015년 8월18일 전경련 주재 회의 직후 회사로 돌아가 박 전무의 'BH 전달 사항'을 보고했다. 김 전무는 2016년 11월 3일 검찰 조사에서 "'안 수석이 재단 설립을 지시해 전경련에서 물어오는데 VIP 관심 사안이라고 한다'고 보고했다"며 "(보고를 받은 팀장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게 보고를 한 후) 다른 기업들도 참여하는데 어쩌겠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다 같이 하는데 빠질 수 없고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라 빠지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전무가 2016년 11월3일 서울중앙지검 1015호 검사실에서 검사와 주고 받은 문답이다.

검: 그 후 어떻게 진행됐나
김 전무: 박 전무가 청와대 회의에서 사전에 애기된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해 재차 확인했는데 저는 일을 그대로 추진할 것을 지시받았기 때문에 동참하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논의 과정에서 4대 기업 외에 10대 혹은 15대 그룹도 포함시켜 진행하자는 방향으로 의사가 모아졌다.
검: 4대 기업 이외 기업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김 전무: 설립 취지가 나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적극적으로 지시해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니 여러 곳에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여러 기업에서 분담하면 각 기업들마다 코스트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검: 그후 어떻게 진행됐나
김 전무: 10월 조찬 모임 때만해도 언제까지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등 말이 없었다. 그러다 10월20일 인가 직후에 박 전무가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27일까지 빨리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면서 서둘렀다. 당시 대략적인 출연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검: 왜 갑자기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하던가
김 전무: 박 전무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VIP께서 경제수석에게 재단 설립이 왜 그렇게 더디고 느리냐고 나무라셧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방한을 하기로 돼있는데 방한 기간 중 중국 측과 문화 교류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했는데 우리 측에 마땅한 재단이 없다. 그 전까지 재단을 만들라고 한다. 기한은 27일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삼성은 미르재단에 125억원, 두 달 뒤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는 79억원을 출연했다. 총 204억원에 달하는 이 출연금이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기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측에 제공한 뇌물인지 여부를 두고 이후 법정에선 치열하게 다툼이 벌어진다.

미르재단은 예정대로 10월27일 출범했지만, 삼성의 미르재단 출연금은 11월19일쯤에야 납입됐다. 김 전무는 '왜 그때서야 자금을 집행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우리는 자급 집행을 위한 서명은 모두 받아둔 상황이었는데, 미르재단 측에서 통장 개설은 물론 사무국도 제대로 꾸리지 않아 (돈을 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을까? 이 부회장은 알려진대로 2015년 7월24일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 다음날인 25일 박 전 대통령과 30분 가량 독대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 13일 첫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문화와 문화와 산업의 융합, 한류 확산과 문화·스포츠 분야 발전에 대한 일반적인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해 제가 특별히 말씀 드린 것은 없고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씀만 드렸다"며 "다만 문화 산업 융합에 대한 말씀을 안종범 수석이 잠시 배석한 상태에서 하셨는지 독대 중에 하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이어 "재단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을 이야기 한 기억은 없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사업계획서조차 없이 125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출연한 것은 배임적 성격의 출자로 보이는데 어떤가' '말도 안되는 출연을 그룹 최종 결정권자인 진술인에게 사전 보고 없이 출자하는것이 가능한가' 등의 검사의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돌아가자면 한 번 더 챙겨봤어야 하는데…"라며 "저한테 보고를 안 한 것은 맞다. 돌아가서 다시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LG 구본무 회장 "대통령 독대 후 회사에 지시 안 했다"


"대통령이 재단을 만든다거나 재단을 만들어 재단을 통해 인재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단독 면담) 자리에서 대통령이 민간 차원의 문화 체육 분야 지원에 대한 협조를 바란다는 요청은 있었다."

2016년 11월 13일, 서울중앙지검 702호 조사실에 앉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2015년 7월25일 대통령 개별 면담부터 말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LG그룹은 미르재단에 48억원, K스포츠재단에 30억원 등 두 재단에 총 78억원을 출연했다.

구 전 회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 간담회를 2~3일 가량 앞두고 하현회 LG 부회장을 통해 대통령이 단독 면담을 원하다는 얘기를 건네 들었다. 박 전 대통령과 구 전 회장의 독대는 약 30분에 걸쳐 이뤄졌다.

"대통령께서 'K팝이나 한류 드라마 등의 한류 스포츠를 통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게 하고 싶다'고 하셨고 구체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으나 '앞으로 국가에서 이에 대해 적극 추진할 계획인데 민간 차원에서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2의 김연아' 이야기를 하며 스포츠를 통한 국외선양 등을 위해 문화 및 체육분야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은 하셨는데 재단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추진을 하고 거기에 민간 차원에서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단 출연 기금이나 돈 이야기는 나온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사가 "독대 후 LG그룹으로 돌아와 그룹 내 전문경영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공유했느냐"고 묻자 구 전 회장은 "특별히 후속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말씀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니 즉각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서 회사 차원에서 지시나 특별히 전달할 내용이 없었다"고 답했다.

구 전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지만, 면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

"2015년 7월 면담 며칠 후 안종범 수석이 전화해 '대통령과 회장님의 독대 자리에서 이야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화, 한류, 스포츠, 경제활성화를 언급하며 이를 위해 문화재단, 스포츠재단 설립을 추진하려고 하니 주요 기업들이 재단별로 30억원 정도 출연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했으며 본인은 알았다고 답변했다. 별도로 회장님께 보고를 드리지는 않았다. 다수 회사가 관여돼 추진될 일이었으므로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단계에서 과거 관례와 마찬가지로 전경련을 통해 요청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때 보고가 올라올 것으로 생각해 별도 지시 공유하지 않았다. 이00 전무가 8월 전경련 4대 그룹 모임을 다녀왔다면서 보고하러 와서 재단 관련 얘기를 꺼냈다. 이 전무는 '청와대에서 안 수석을 통해 문화재단과 스포츠재단 기부금 출연 요청이 있었고 큰 취지에 비춰 참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 보고를 받고 '지난번 안 수석에 전화받은 내용이 이제 진행되는구나' 생각했다."(하 부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 중)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 "금액 얘기는 없었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마친 당일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다. 김용환 부회장과 함께였다. 이 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한류 확산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김 부회장은 2016년 11월 12일 검사 앞에서 말했다. 현대차는 미르 재단에 85억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등 총 128억원을 출연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간담회를 며칠 앞두고 김 부회장에게 연락해 대통령 면담 일정을 잡았다. 김 부회장은 이날 면담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안 전 수석이,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이 함께 한 것으로 기억했다.

정 회장과 함께 검찰에 나온 김 부회장은 당시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대통령이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정 회장님이 2번 내려가서 챙겨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고, 센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문화산업 육성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해서 저희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늘 하듯이 저희 사업 목표에 대해 얘기하고 중남미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얘기 드렸으며 협력업체 동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김 부회장은 "대통령이 문화산업, 컨텐츠 등에 대해 기업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도 "문화산업 등에 대해 얘기를 했지 기금 얘기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는 '안종범 수첩'에 적인 '30억, 30억,=60억' 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보여주며 "안종범 전 수석도 당시 대통령과 정 회장이 이같은 대화를 나누고 현대차에서 60억 정도 지원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김 부회장을 추궁했지만, 김 부회장은 "재단, 기금 이런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은 듣고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데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금액이나 지원을 해달라는 말은 들은 적은 없다"고 거듭 말했다. 김 부회장은 '면담 후 후속조치'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 "구체적인 말씀은 없으셔서 협조할 일이 있으면 연락이 올 것이고 연락이 오면 협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이후 2017년 3월 28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면담 자리에서는 기금 출연 요청이나 금액 제시는 없었지만 나중에 그런 얘기가 전경련을 통해 왔을 때 '아 그때 그게 그 얘기였나보다'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은 해를 넘겨 2016년 2월15일에도 박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이후다. 다음은 김 부회장이 검찰에 진술한 당시 대화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이) K팝(K-POP), 스포츠 한류 K푸드 등이 한류 확산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외교적으로도 좋은 성과가 있으니 일반 기업 입장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이에 저희도 열심히 돕겠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에 감사의 표시를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하면서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SK 최태원 회장 "하자 없었다면 따랐을 것"

삼성·현대차·LG그룹은 2015년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마친 뒤 하루 이틀 사이에 기업 총수가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했지만,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대신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었던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났다. 당시 최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이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한 것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이후인 2016년 2월16일이다. 최 회장은 안 전 수석의 연락을 받고 청와대 안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대면했다. 그러나 당시 재단 관련 얘기를 특별히 나누진 않았다고 한다.

최 회장은 2016년 11월13일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경제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올해 SK그룹의 투자 및 일자리 계획을 물으시길래 SK그룹의 2016년 투자 계획을 말씀드렸더니 2015년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면서 약간 실망하는 모습이었다"며 "그래서 저는 대통령께 투자를 늘려도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으므로 현재 추진 중인 창조경제와 관련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도시개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전경련이 대통령의 뜻으로 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며 출연을 요구했을 때 이를 보고받았어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최 회장은 수감 중이었던 탓에 재단 출연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거부할만한 특별한 하자를 찾지 못하는 한 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의 요구를 기업이 거부하기는 힘들다는 취지였다.

앞서 김창근 회장은 2015년 7월24일 오후 약 40분간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면담했다. 김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투자를 확대하고 청년 고용을 늘려달라고 했다"며 "창조경제를 강조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 재단 출연에 대한 실무를 담당한 것은 박영춘 SK그룹 전무였다. SK그룹은 미르 재단에 68억,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으로 총 111억원을 출연했다. 당시 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은 박 전무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불쾌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2016년 11월 17일 검찰 조사에서 "10월초 전경련 모임에서 모금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10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모금액이 500억원으로 늘고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어 뭐냐고 물어봤다"며 "청와대 관심사항이어서 서둘러 진행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얘기를 듣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처음에는 전경련이 4대 그룹을 모아놓고 협의를 해서 결정된 일인줄 알았다"며 "기업들이 모여 좋은 취지로 얘기하고 협의해서 진행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뒤에 청와대 경제수석이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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