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경쟁사 진입 허용한 결정, 물릴 수 있나?

황국상 기자 2018.09.11 05:05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월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입국한 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휘선기자

기업으로 하여금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행정청에 주어져 있다. 어느 사업으로의 진출입을 좌우하는 이 권한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 특정 면허가 필요한 사업 영역에 경쟁사가 무분별하게 난입한다면 원래부터 면허를 받아 사업을 하던 기업으로서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러나 행정청의 처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면허나 인·허가 등 행정처분을 받아 영업을 하고 있던 사업자가 경쟁사 진입을 막기 위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8년 4월26일 선고, 2015두53824)가 있어 소개한다.

버스 운송회사인 A사는 1996년 12월부터 전북 전주시와 김포공항을 잇는 노선에 대해 △해외여행 업체의 공항이용 계약자만 고객으로 태우고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하는 내용의 '시외버스 운송사업 한정면허'를 받아 공항버스 운송사업을 해왔다. 이후 A사는 노선을 인천국제공항까지 늘려 영업을 해 왔지만 주요 고객은 여전히 '해외여행 업체의 공항이용 계약자'로 한정이 됐다.

그런데 2013년 전라북도는 직행 시외버스 노선을 운영하던 버스업체인 B,C사가 종전 인천공항에서부터 전북 군산시를 잇는 노선의 운항횟수를 '1일 4회'에서 '1일 1회'로 줄이도록 하는 대신 나머지 3회를 전주-인천공항 노선으로 변경하도록 인가를 내줬다. 전주-인천공항 노선에 대해 면허를 받아 영업을 하던 A사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A사는 전주-인천공항 노선에 B,C사의 진입을 허가한 전라북도의 처분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결정을 받았다. 이에 A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전라북도와 B,C사는 "A사는 (여객의 성격 등을 한정한) 한정면허에 따라 한정적 범위에서 지정한 노선을 운행하므로 B,C사와 운행방식, 업무범위 등이 다르다"며 "이번 처분으로 B,C사가 운행하게 된 노선과 A사의 운행 노선이 일부 중복된다고 해서 경쟁업자 관계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사가 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A사가 1,2,3심을 내리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B,C사의 노선은 A사와 전주에서의 정류장 위치와 경유지 등 일부를 달리하고 있고 A사는 해외 여행 목적으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만을 수송할 수 있는 반면 B,C사는 승객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운행경로의 차이가 크지 않고 두 노선 모두 전주-인천공항을 오가는 승객을 주요 수송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수송수요 중복으로 A사의 수익감소가 예상된다"며 "A사는 이번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애초 B,C사가 기존에 운행하던 노선 자체가 '위법한 노선'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 노선이 '고속형 시외버스 노선'이므로 '직행형 시외버스' 면허를 가진 B,C사가 운행하는 게 잘못됐었다는 지적이었다. 1심 재판부는 전라북도가 B,C사로 하여금 군산-인천공항 노선을 변경하는 형태로 전주-인천공항 노선을 운영할 수 있게 인가를 내주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전라북도는 B,C사에 직행형 시외버스 운송사업 면허를 부여했음에도 여러 차례 사업계획 변경 인가를 통해 사실상 고속형 시외버스 운송사업에 해당하는 군산-인천공항 노선의 운행을 허용했다"며 "이후 위 노선의 운행횟수를 일부 감축하고 그 감축한 운행횟수만큼 별도의 직행형 시외버스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사업계획변경을 재차 인가한 이 사건 처분을 했다"고 봤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은 종전의 위법한 처분에 기초해 위 노선에서 사실상 고속형 시외버스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참가인들에 대하여 '위법한 상태의 일부를 유지하는 내용'의 새로운 변경인가 처분을 한 것"이라며 "그 전부가 위법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관련조항
 
행정소송법
 
제12조(원고적격)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종류) 법 제3조제2항에 따라 같은 조 제1항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구역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다음 각 호와 같이 세분한다.
1.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가. 시내버스운송사업: 주로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 또는 시(「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0조제2항에 따른 행정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단일 행정구역에서 운행계통을 정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이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광역급행형ㆍ직행좌석형ㆍ좌석형 및 일반형 등으로 그 운행형태를 구분한다.
나. 농어촌버스운송사업: 주로 군(광역시의 군은 제외한다)의 단일 행정구역에서 운행계통을 정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이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행좌석형ㆍ좌석형 및 일반형 등으로 그 운행형태를 구분한다.
다. 마을버스운송사업: 주로 시ㆍ군ㆍ구의 단일 행정구역에서 기점ㆍ종점의 특수성이나 사용되는 자동차의 특수성 등으로 인하여 다른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운행하기 어려운 구간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행계통을 정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라. 시외버스운송사업: 운행계통을 정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으로서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사업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업. 이 경우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고속형ㆍ직행형 및 일반형 등으로 그 운행형태를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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