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감방에 '아이콘-사랑을 했다'가 적혀 있는 이유

안양교도소 방문기…"잠 자는 위치까지도 교도관들이 지도해 결정"

안채원 인턴기자 2018.10.16 17:25
안양교도소의 직업훈련. /사진=교정본부 홈페이지

'아이콘-사랑을 했다', '아이유-삐삐'….

수감자의 방에 들어섰다. 폼클렌징, 비타민과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 사이로 흰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자의 겉면엔 최신곡 제목과 가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몸은 갇혀 있어도 사회와 단절되고 싶지 않은 수감자의 마음이 느껴졌다.

16일 오전 대검찰청 주최로 이뤄진 기자들의 안양교도소 탐방.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통과할 수 있는 몇 개의 출입문을 지나 수감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곳도 곳곳이 창살로 막혀있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라는 게 실감 났다. 

교도관들은 수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사회와의 단절'이라고 했다. 언젠가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감자들이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 덕분에 교도소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말에는 수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이 활성화됐고, 매일 저녁에는 지상파 뉴스를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 단절의 두려움은 수감자들이 선호하는 교도소 순위에서도 나타난다. 신축한 지 65년이 지난 안양교도소는 시설이 가장 낡은 교도소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안양교도소의 89개 동 가운데 42개동(47.2%)이 시설물 안전 등급에서 C급을 받았다. 시설물 안전등급은 A, B, C, D로 나뉘는데 C등급은 빠른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낙후된 시설에도 불구하고 안양교도소는 수감자들 사이에서 배치받고 싶어 하는 '최고 인기 교도소'로 꼽힌다. 위치 때문이다. 수도권 교도소일수록 수감자들이 선호한다. 교통이 편리해 가족이나 지인들이 면회를 오기가 쉽기 때문이다. 

직업교육은 수감자와 사회를 이어주는 가장 확실한 매개체다. 수감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직업교육을 받으며 출소 이후의 삶을 그린다. 안양교도소에서는 도자기 공예를 교육한다. 전문 강사가 도자기 공예를 직접 가르치고, 수감자들이 직접 만든 그릇과 머그컵 등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다른 교도소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타 교도소에서 진행되는 직업교육을 받고 싶을 경우 절차에 따라 참여가 가능하다"며 "형이 얼마 남지 않은 수감자들 중 평소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수감자들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관리도 더 철저해진다. 안양교도소는 지난해부터 '드론'을 경비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감자를 이송할 때 사용하던 포승줄도 더 튼튼한 재질로 바꿨다. 안양교도소의 한 교도관은 "수감자들은 철저한 통제와 감시 아래 움직이고 있다"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잠을 자는 위치까지도 교도관들의 지도 아래 결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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