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발언' 서종대 前 한국감정원장, 1심 패소 불복 '항소'

1심 "직장내 성희롱 인정…공공기관장 해임 사유 된다"

황국상 기자 2018.11.16 10:48
서종대 전 한국감정원장 / 사진제공=뉴스1

지난해초 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된 서종대 전 한국감정원장(58)이 해임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서 전 원장의 발언이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이는 공공기관장의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전 원장은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박양준)에서 열린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후 지난 14일 대리인을 통해 항소장을 냈다. 서울고법 행정부에서 서 전 원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어느 재판부가 이 사건을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서 전 원장은 행정고시 제25회에 합격한 뒤 청와대, 건설교통부, 국무총리실 등에서 요직을 역임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 제14대 한국감정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서 전 원장은 재직 시절 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2월말 임기 종료를 단 이틀 남겨두고 해임됐다.

지난해 2월 서 전 원장의 성희롱 발언 사실이 보도된 후 국토교통부는 서 전 원장과 한국감정원 직원 등을 상대로 사실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서 전 원장이 △2016년 11월 세계평가기구연합총회 개최 후 대구의 한 식당에서 모 여직원에게 “양놈들은 너같은 타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넌 피부가 뽀얗고 날씬해서 중국 부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는 발언을 한 점 △2016년 7월 서울사무소 직원들과의 간식 자리에서 “아프리카에서는 전쟁에 지면 예쁜 여자는 지주의, 못 생긴 여자는 병사들의 성노예가 된다”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는 서 전 원장의 임기종료 직전 해임안을 심의·의결했다. 서 전 원장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5월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을 냈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올린 서 전 원장의 해임 건의안에 서명한 이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였기 때문이다.

서 전 원장은 “발언의 장소, 상황, 상대방 반응 등을 볼 때 원고의 발언은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성희롱에 해당한다더라도 원고의 발언 정도가 경미한 수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해임 처분은 징계권 행사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속 여직원에게 “너는 중국 부자가 좋아할 타입”이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서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운영위 해임사유에서 제외된 ‘아프리카 성노예’ 발언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상황, 경위 등에 비춰 직장내 성희롱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성희롱으로 인정되지 않은 발언 자체도 적절하지 않았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서 전 원장은 해임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운영위에서 원고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하기로 하고 해임 건의안 의결을 보류했다”며 “불과 3일 후 해임 건의안이 재상정돼 2차 운영위가 열렸으나 원고에게 사전통지나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서 전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2차 운영위에 상정된 해임건의안의 주요 내용이 모두 동일하다”며 “원고가 1차 운영위에 출석해 본인 의견을 진술하고 해명자료를 제출했고, 2차 운영위가 1차 때와 동일한 해임 건의안에 대해 심의·의결할 때는 원고에 대한 사전통지나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당시 운영위의 해임안 의결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서 전 원장은 “‘여직원 성희롱’ 문제는 공공기관운영법에서 열거하는 기관장 해임 사유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며 “해임 처분은 근거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관장에게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등 책임이 인정된다. 공공기관운영법은 직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이같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공공기관장이 따라야 할 법령에는 공직자 등의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규제하는 법령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의 행위가 직장내 성희롱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함으로써 상법상 충실의무를 위반하고 그 위반의 정도가 해임의 사유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해임처분이 재량권을 넘어선 과도한 처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관장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히 취급돼야 함에도 원고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속 여직원을 상대로 성적 언동을 했고, 그 수위가 결코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기관장으로서 소속 여직원을 상대로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평가를 포함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여러 차례 언급했다는 점에서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성관련 위반행위자 징계규칙의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서 전 원장은 지난 8월 국토교통부의 허가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인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원장으로 단독 추천됐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여야 정치권의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국토부도 “주택산업연구원 원장 선임에 정부가 직접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성희롱 발언으로 해임된 전 공공기관장을 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히자 주산연은 추천을 철회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