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법원이 신뢰받지 못하는 진짜 이유

황국상 기자 2019.01.06 14:24
오는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선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탓이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팀을 꾸린지 약 7개월만이다. 사법농단 수사의 종지부가 찍힐 날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지난 한해 사법부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전임 법원행정처장들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들이 무려 6명이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고위 법관 출신으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농단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법관 13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이 가운데 8명이 견책에서 정직에 이르는 징계를 받았다.

위기감을 느낀 사법부는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법원장의 권한을 일부 분산하기 위해 법관 인사 등 중요 사법행정 사무를 심의·의결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 전달됐다. 

이는 모두 땅에 떨어진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무너진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가 되살아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일반 국민들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법신뢰 추락은 비단 이번 사법농단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사법부의 인사권을 누가 가졌느냐의 문제 때문만도 아니다. 국민들이 법정에서 직접 보고 겪은 재판의 질이 사법신뢰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사법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게 사법개혁의 근본 목표가 돼야 한다. 국민들을 위한 사법접근성 제고 방안, 민사 부문으로의 국민참여재판 확대방안 등이 사법발전위원회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전체 논의에서 차지한 비중은 지극히 낮았다. 사건적체 해소를 위한 판사 증원 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들이 적정하고도 충실한 재판을 받게 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 반드시 지켜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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