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포괄위임을 허하라"…변호사 vs 법무사 영토전쟁

법무사협회, '업무영역 확대'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 추진

황국상 기자 2019.01.10 09:16



새해 벽두부터 변호사와 법무사 간 직역 다툼이 뜨겁다. 법무사 업계가 법무사 업무영역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법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면서다. 

한편 소송이 아닌 비송(非訟) 사건에서 의뢰인을 대리해 각종 업무를 처리했던 한 법무사가 최근 하급심에서 '변호사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법무사 업계가 대법원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사 A씨는 2010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개인회생·파산 사건에서 회생 신청서, 변제 계획서 등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 대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선 '유죄'로 뒤집혔다. 지난해 10월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2000만원에 추징금 3억2000여만원을 선고했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소송사건과 비송사건(소송절차 이외의 방법으로 법원이 주관해 간이·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한 사건), 가사조정 및 심판, 행정심판 청구나 이의 신청 및 행정기관 불복 신청을 비롯해 일반 법률사건에 대해 감정·대리·중재·화해·법률상담 및 법률관계 문서작성, 그 밖의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행위에 최고 징역 7년 또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에서는 A씨의 행위가 단지 '정형화된 양식과 작성요령'에 따른 것이므로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법률 사건의 실질적 대리'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반면 2심은 A씨가 사건당 수임료를 책정해 미리 받은 이후에 문서 작성과 제출, 법원으로부터의 자료수령 등을 포괄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봤다.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태영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은 "과거 무자격자인 사무장이 주도해 각종 법률사무를 대리한 사건에서 법무사가 공범으로 처벌된 경우는 있었어도 자격 보유자인 법무사가 주도해 일을 처리한 데 대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한 사례는 없었다"며 "각종 서류의 작성·제출은 법무사법에 의해 개별적으로 처리가능한 업무인데 이를 한꺼번에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곽정민 대한변호사협회 제2법제이사는 "변호사에게는 법률사무 대리가 가진 고도의 공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성이나 직무의 염결성(청렴결백한 정도)에 우려를 살 만한 여러 제재 장치가 사전·사후적으로 마련돼 있다"며 "이같은 장치가 없는 유사직역에는 법률사무 대리를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법자의 의도를 항소심 재판부가 중요시한 결과"라고 했다.

A씨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 상고가 제기돼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한 2심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 판례로 확정된다면 사실상 법무사 업무영역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강남 병)은 "생활 밀착형 법률 전문가인 법무사의 업무유형이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각 단계별로 위임절차를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며 △각종 신청 및 비송사건 △개인회생·파산 신청 △강제집행 신청 등의 대리를 법무사에게 허용하는 내용의 법무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데, 올 상반기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게 법무사협회의 입장이다.

변협 법제팀은 이 의원의 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통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변협은 "법무사에게는 변호사에 비견될 정도로 법률사건을 대리할 직무 훈련이나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되지 않는다"며 "각종 비송사건의 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법관이 관여하는 재판 영역에 변호사가 아닌 자의 대리를 허용하는 것이다. 재판 당사자인 국민의 권리보호를 대단히 위태롭게 하는 처사이다"라고 주장했다.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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