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前대법원장, '사상 첫 검찰소환' 마무리…14시간30분만

(종합) 대법원 앞 이례적 기자회견 후 취재진엔 묵묵부답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1.12 00:54

‘사법농단’사건의 중심에 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뉴스1


전직 대법원장으론 사상 처음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긴 하루는 11일 오전 9시 검은색 그랜져 차량을 타고 대법원 정문 앞에 내려 입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례적으로 검찰 출석 전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검은 롱코트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선 양 전 대법원장은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당초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청사 내에서 입장을 밝히려 했지만 대법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대법원 정문 앞에는 경호를 위해 동원된 1200여명의 경찰과 200여명의 기자들, 시위대들이 한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신의 그랜저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했다. 오전 9시7분쯤 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 도착한 후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15층 조사실로 향했다.

조사실내 응접실에서는 사법농단 수사팀의 한동훈 3차장검사(46·사법연수원 27기)가 양 전 대법원장을 맞이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진행된 양 전 대법원장의 본격적인 조사는 그의 30년 후배인 단성한 부부장검사(45·32기)와 박주성 부부장검사(41·32기)가 각 혐의 별로 나눠 맡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4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상고심과 관련해 외교부 입장을 반영해 재판방향을 구상한 법원행정처 문건을 보고받았는지,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는 과정에 직접 혹은 간접 개입한 사실이 있는 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등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8시40분쯤 조사는 마무리 됐고 약 3시간동안 조서를 검토한 양 전 대법원장은 밤 11시55분쯤 검찰 청사를 빠져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은 채 차량을 타고 검찰청사를 떠났다.

한편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조사는 첫날인 만큼 공개로 이뤄졌다. '심야조사'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논란을 의식해 자정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 됐다. 혐의가 방대한 만큼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수차례 더 비공개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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