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수사 8개월만에 피고인으로 법정 서는 양승태

(종합)다음달 중 수사 마무리…재판청탁 의혹 정치인 사법처리 여부 주목

김태은 백인성(변호사) 김종훈 기자 2019.02.11 16:22
 1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소 관련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결국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이다.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된 사법농단 수사는 재판 거래 및 청탁에 연루된 사법부 바깥의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처리를 남겨놓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도 불구속 상태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도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혐의를 더해 추가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017년 9월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고 재판 거래를 도모한 혐의를 받는다. 그의 공소장 분량은 296페이지에 달하며 범죄 혐의만 47개 항목이 적시됐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차장의 혐의 대부분을 포함하다보니 공소 분량도 이들에 비해 늘어났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관한 재판 개입 혐의 중 향후 대응방안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주심 대법관에게 원고 청구기각 의견을 전달하는 등의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단독으로 적용됐다. 그만큼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주도적으로 재판 개입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점이 강조된 셈이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부 전직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사법농단 수사는 사실상 다음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임 전 차장 외에 수사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100여명의 현직 법관 중 사법처리 대상을 추려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수사 대상에 비해선 대폭 줄어든 규모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업무상 지위 체계에 따라 수사될 필요가 있는 사안의 특성 상 관여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조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수 차이가 많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법관 비위 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할 계획이다. 대법원은 앞서 자체조사를 통해 13명을 징계 대상으로 삼고 이 중 8명에 대해서면 감봉 등 징계 조치했다. 검찰의 비위 사실 통보에 따라 대법원은 추가 조사를 통해 징계 논의에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치권 인사들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군현·노철해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임 전 차장을 통해 자신의 선거나 지인의 사건에 대한 선처 등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일부 국회의원들과 재판을 거래 수단으로 삼았다고 보고 직권남용 공모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 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다수의 형사 재판부 판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사법농단 사건에 관여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라 재판부 배당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40년 넘게 판사 생활을 한 양 전 대법원장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재판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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