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면의 계절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2.21 06:00
이번엔 누가 풀려난다느니, 누구는 틀림없다느니 하며 야단법석인 걸 보니 다시 사면의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사면 단행을 예고했다.

사면의 종류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 두 가지다. 이번에 하려는 사면은 후자다. 일반사면은 죄의 종류를 정해 여기 해당되는 모든 범죄자를 사면해주기에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만, 특별사면은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특정한 자에 대한 특별사면·감형 및 복권을 상신하는 행정부 내 절차로 간소하다. '대통령의 뜻대로' 가능하다. 그렇기에 특별사면(감형·복권 포함)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98차례나 이뤄졌다(국가입법조사처). 일반사면은 1995년을 마지막으로 헌정사상 9차례에 불과하다.

문제는 특별사면의 대상·기준·한계를 정하는 통제규정이 법에 없다는 점이다. 사면법상 유일한 제한장치는 특별사면 논의시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법무부장관이 위원장이고 공무원이 위원 9명 중 과반을 차지하는데다 회의록마저 5년이 지나야만 공개돼 거수기나 다름없다. '국민대통합'을 대외적 명목으로 하면서도 유명 정치인, 공직자, 경제인 등이 매번 포함돼 매번 '특혜 사면' 논란이 이는 이유다. 가장 유명한 게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단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한 사례다.

적어도 해외는 통제장치가 있다. 미국은 형기를 마치지 않은 자에 대한 사면은 제한하고, 유명인사·사회지도층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며, 테러·국가안보 범죄·폭력·어린이 대상 범죄·총기 범죄·공공 부패 범죄와 중대한 경제범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본의 경우 유기징역 또는 금고는 형기의 3분의 1에 상당하는 기간(단, 그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1년), 무기 징역 또는 금고는 10년이 경과한 후에야 특별사면이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엄격한 절차 제한이 있어 4차례의 특별사면만 이뤄졌다.

국회에선 지난해와 올해 1월 특정범죄·특정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테러단체 구성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제한하고, 사면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사면 즉시 공개하도록 하는 사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각각 발의됐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렇다면 특사에 대한 법률적 제한장치를 두는 걸 망설일 이유는 없다. 언제까지 특별사면을 '임금님 은혜'로 놓아둘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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