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두환 연희동 자택 '기부채납' 논의해보길"

"아들 의사대로 기부채납 할 수 있으면 일단락 되지 않나" 협의 요청

김종훈 기자 2019.04.19 16:05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사진=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처분 문제를 심리 중인 법원이 6년 전 가족이 밝힌 것처럼 자택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쪽으로 해결해볼 것을 당사자들에게 요청했다. 검찰은 전씨에게 부과된 1000억원대 추징금을 완납받기 위해 연희동 자택 강제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9일 전씨 일가의 추징금 집행 이의 신청 사건에 대한 3차 심문기일에서 "2013년 피고인의 아들이 한 이야기나 부인의 자서전에 나온 것을 근거로 이들의 의사대로 기부채납을 할 수 있다면 연희동 사재 부분은 일단락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기부채납(寄附採納)이란 재산을 지자체에 기부하는 것을 뜻한다. 장남 재국씨는 2013년 9월 검찰에 제출한 미납추징금 자진납부 계획서와 이행각서에서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제출한 서류에서 재국씨는 "부모님이 현재 사는 연희동 자택도 환수에 응하겠다"며 "다만 저희 부모님이 반평생 거주했던 자택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검찰은 신청인들의 의사대로 생존시까지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는지 등 문제를 유관기관과 확인해달라"며 다음달 15일까지 법률검토와 협의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기부자는 재산을 기부채납하면서 해당 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걸 수 있다.

전씨 측은 조건이 맞으면 기부채납을 할 수 있다면서도 연희동 자택을 차명재산으로 볼 것인지부터 확실히 해달라고 했다. 연희동 자택을 차명재산으로 본다면 함부로 처분할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씨 측은 무상사용 허가를 받아도 허가가 5년에 1회 밖에 갱신되지 않기 때문에 전씨가 도중에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연희동 자택 압류의 근거가 되는 '전두환 추징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의 위헌 여부가 심리 중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심리를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전씨 측은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 본인 뿐 아니라 제3자의 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게 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이 법률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전씨는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비자금과 뇌물 등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에 2205억원 추징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전체 추징금 중 1000억여원을 납부하지 않았고, 검찰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추징금 환수 작업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압류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 자택을 공매에 부쳤다. 이 자택은 부인 이순자씨와 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역할을 맡았던 이택수씨, 며느리 이모씨 명의로 돼 있었다. 전씨 측은 전씨 본인이 아닌 제3자 명의로 돼 있는 재산까지 강제로 환수하려 드는 것은 부당하다며 송사를 벌였다.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공매로 넘긴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연희동 자택에 대한 기부채납을 약속해 이를 압류해두고 5년 넘게 기다렸지만, 약속을 지키려는 의사가 없어 부득이하게 공매 절차에 넘겼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연희동 자택은 6차 공매 입찰에서 최초 감정가의 절반 수준인 51억37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매각을 멈춰달라는 전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절차는 일시정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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