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 서울대병원, 사망피해자 진료비 청구 안 돼"

대법 "1, 2심서 의사 책임 범위(20~30%) 외엔 진료비 청구 가능하다고 본 것은 잘못"

유동주, 오문영 인턴기자 2019.04.24 12:00
대법원 건물

의료과실을 행한 병원은 피해자 혹은 피해자 유족들에게 책임비용 이외의 진료비용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2015다64551)

의료과실이 의료진과 병원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탓이고 피해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된 것이라면, 이후의 치료에 대해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의료과실로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미납진료비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병원은 과실로 인한 책임비율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다.

A씨는 2009년 6월 2일 서울대병원 소속 흉부외과 전문의에게 폐암 진단을 받고 폐 우하엽과 우중엽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직후 A씨는 폐 좌하엽에 폐렴이 발생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 2009년 6월 30일 가래 배출 악화로 기관절개술을 받았으나 사지마비, 신부전증 등을 앓다가 2013년 12월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A씨가 입원한 후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비는 약 6억5900만원이었고 그중 환자부담금이 9445만원이었다.

A씨 유족들은 병원과 소속 의사들이 A씨의 질환을 폐암으로 오진해 수술을 감행했고 수술 후 감염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반면 병원은 유족들에게 미납 진료비 청구소송을 냈다.

먼저 결론이 난 것은 A씨 유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었다. 1심은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이유로 병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고 책임비율을 20%로 제한했다. 2심에선 책임비율이 30%로 상향됐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손해배상책임이 '30%'로 제한되자 이번엔 병원이 A씨의 미납 진료비 9400만여원에 대해 30%를 제외한 나머지 70%를 지급하라는 진료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병원이 30%의 책임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비를 유족들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사의 과실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손상된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 전 발생한 치료비 또는 의사의 책임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의 치료비에 대해선 환자가 부담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상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도 병원이 책임비율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를 일정 책임비율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책임비율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병원 측 주장인 "진료채무는 현재 의학수준에 비춰 적절하고 필요한 진료조치를 다하였으면 설령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진료비 청구를 하는 데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게 1, 2심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1, 2심 판결이 틀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 과실로 인해 A씨의 신체기능이 회복불능에 빠졌기 때문에 수술 이후의 치료 역시 과실로 인한 피해에 따른 것이란 결론이다. 결국 의료 과실로 피해자가 추가로 받은 진료에 대해선 병원이 이를 청구해선 안된다는 게 대법원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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