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세 인하논의, 세제 단순화로 이어져야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이경진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9.05.16 06:00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매년 이맘때쯤 미국 네브래스카주 동부에 있는 작은 도시 오마하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전세계에서 4만여명의 주주와 기자들이 몰려왔다. ‘오마하의 현인’ 또는 ‘투자의 재림 예수’로 불리는 워런 버핏 회장과 그의 동업자 찰리 멍거 부회장 및 참석자들은 7시간이나 최근 투자 상황과 견해에 관하여 유머와 지혜가 넘치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주식회사 제도를 통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슈퍼파워는 혁신적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건강한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마하의 축제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주주총회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나 언론에서 늘 접하는 이미지와 같이 주식투자를 경마장 투기나 카지노 도박과 같은 급으로 취급하는 풍토가 있어 건전한 투자를 통한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식거래가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주식의 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등에 관하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발전을 희망하는 사람들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올해 4월에는 ‘주식시장 관련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오는 6월 3일부터 23년 만에 처음으로 증권거래세가 인하될 예정인데 위 토론회에서는 거래세 인하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되었다.

우리나라 주식과세에 일관성이 없어 개편이 필요하고, 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투자 소득세제는 금융상품별, 금융소득별 칸막이식 차별과세가 이루어지고 금융상품 손익통산이 허용되지 않아 조세중립성이 저해되므로, 과세체계를 금융상품간 손익을 통합해 이익이 나는 경우에만 과세하고 투자손실에 대해서는 이월공제를 허용해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증권거래세와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둘 다 과세하는 나라는 거의 없고 많은 나라가 증권거래세보다 자본이득세로 과세하고 있으므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자고 한다. 경청할 만한 의견이라고 생각된다.

주식의 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개선안에 관해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현재 주식에 대한 과세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먼저 국내주식에 관하여 살펴보면, 주식매매시 거래세(현재 세율은 유가증권시장 0.15%, 코스닥·코넥스 0.3%, 비상장주식 0.5%)를 납부하고 일정한 경우의 주식을 양도(즉 주권상장법인의 주식 중 대주주 및 비상장주식 양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는다. 배당에 대하여는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진다. 또한 자본차익을 포함하는 ELS, 펀드 등 환매소득은 양도소득이 아닌 배당소득으로 과세가 되는데 이 경우 배당소득은 손실이 인정되지 않아 경제적 실질이 양도소득임에도 동일 과세기간 내 투자이익과 통산되지 않는다. 상장주식펀드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하여 국내 주식형 ETF는 비과세지만 파생상품이나 원자재에 투자하는 국내 ETF는 배당소득세로 과세하는 등 과세방식이 상이하다. 또한 주식 투자에 따른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증권거래세를 납부하여야 하므로 투자 손실을 본 사람도 거래세를 납부해야 한다.

한편, 해외주식의 경우 국내 주식과는 다른 세금이 적용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국내주식의 경우 대주주 주식 및 비상장주식 양도 외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지만 해외주식은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에 대해 연간 250만 원의 기본공제를 차감한 후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하고, 만약 양도차익이 250만 원 이하라면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또한 같은 과세연도에 양도차손이 발생한 경우 통산하여 신고할 수 있다. 예컨대 갑이 미국 시장의 A주식을 1,000만 원에 샀다가 1,500만 원에 팔았고, 같은 과세연도에 미국 B주식을 300만 원에 사서 100만 원에 팔았다면 A주식 양도차익(500만 원)과 B주식 양도차손(200만 원)을 통산하여 신고할 수 있으므로 이때 양도소득세는 11만원만 부담하면 된다[(500)+(-200)-250 x 22%=11]. 이외에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등에서는 증권거래세와 같은 거래세가 따로 부과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래세 과세와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 과세 체계는 서로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거래세 인하와 함께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주식을 거래하여 이득을 취하였을 경우 이미 양도소득세로 과세를 하고 있어 증권거래세를 또다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점, 거래세는 주식을 거래하여 손실이 났을 경우에도 과세를 하도록 하고 있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미국·일본 등 금융선진국들은 이러한 이유로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고 거래세는 별도로 부과하지 않으며, 이로 인한 주식 거래 증가로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현 단계의 인하 논의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거래세 자체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거래세 인하에 소극적인 측은 정부의 세수 감소 가능성, 단타매매 등 단기투자 증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에게 혜택이 돌아가 불평등한 세금감면 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거래세 인하에 따라 향후 양도소득세 등으로의 과세체계의 변화는 예상되고 있으나 그 속도와 방향에 따른 문제가 남는다. 왜냐하면 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에 따른 세수감소를 우려해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확대함과 동시에 세율을 단시일 내에 높게 설정한다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세수가 증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거래세와 자본이득세는 상호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세금이므로 국가가 처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상호간에 균형을 이루는 접점에서 규율 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 세제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는 국가 경제 발전 및 국민의 노후 생활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거래세를 얼마나 더 낮출까 에서 그칠 게 아니라 복잡한 세제를 어떻게 단순화할지 고민하고, 중장기적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과세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주식에 대한 단순 명료한 과세체계가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진달래와 철쭉이 필 무렵에 ‘총회꾼’ 큰소리 치는 주주총회가 아니라 주주들의 축제가 벌어졌으면 좋겠다.


이경진 변호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입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공학과 석사 졸업 후 사법연수원 제34기를 수료했습니다. 2005년부터 삼일회계법인 조세변호사로 4년간 활동했으며, 2009년부터는 서울지방국세 청에서 송무1과 사무관과 송무국 송무 2과장으로 재직하며 2010년 고려대학교대학원 법학과(세법)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2016년에는 우수공무원 대통령상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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