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사회를 고치는 의사', 공익제도는 개선 필요"

[법무대상 수상자 인터뷰] 지게부대원 유공자 인정소송 승소 이끈 법무법인 광장 공익위원회

황국상 기자 2019.05.24 06:00
법무법인 광장 공익위원회가 '제2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공익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공익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은 홍석표 변호사 / 사진=홍봉진 기자

한국전쟁 당시 '에이프레임 부대'(A-Frame 부대)가 있었다. 에이프레임이라는 영어 단어는 'A자 모양으로 지어진 집'이자 '지게'를 뜻하는 용어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지게를 짊어지고 군수물자를 날랐던 지게부대가 바로 에이프레임 부대다. 말이 '부대'였을 뿐 지게부대원들은 군인 신분이 아닌 민간인들이었다. 군번이나 계급도 부여받지 못하고 군복도 없이 평상복으로 지게를 짊어지고 전장을 누볐던 이들이다.

정모씨도 한국전쟁 당시 지게부대원의 일원이었다. 정씨는 1951년 2월쯤 전남 모처에서 이뤄진 빨치산 토벌작전에 참가했다가 무장공비의 총을 맞고 전사했다. 이같은 전사사실은 2013년쯤 있었던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보고서에서도 인정이 됐다. 정씨의 딸은 이를 근거로 2016년 보훈청에 정씨와 자신에 대해 각각 국가유공자 및 유족등록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국방부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훈청은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에 사망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국가권익위도 정씨 딸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씨를 유공자로, 정씨 딸을 유족으로 등록하라'고 권고를 냈지만 보훈청은 재차 권고를 무시했다. "정씨가 전장에서 전사했음을 입증할 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행정심판 단계에서도 정씨 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정씨가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정씨를 대리해 행정심판 단계까지 문제를 제기했던 한 변호사가 있었다. 이 변호사가 법무법인 광장의 공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소송 단계로 들어갈 때는 보다 여유가 있는 대형 기관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변호사를 지내기도 한 김병재 위원장이 공익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무료로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광장의 자문그룹에서 활동하면서 공익위원회 총괄간사도 맡고 있는 홍석표 변호사(41·36기)가 광장 사내 메일링을 통해 이번 사건을 맡을 자원자를 모집했다. 전직 대법관 출신인 신영철 변호사(65·8기), 군법무관으로 20년을 활동하고 광장에서 방위산업·행정소송 등을 담당하는 김혁중 변호사(55·군법무관 9회), 송무그룹에서 활동하던 우희성 변호사(33·42기) 등이 소송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2017년 7월 정씨의 딸을 대리해 서울행정법원에 보훈청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단 6개월만에 정씨 딸의 승소 판결이 나왔다. 보훈청이 이에 항소하지 않아 사건은 곧바로 확정됐다. 정씨처럼 '전사 사실'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유공자 등록이 되지 못한 이들은 상당 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례는 그간 인정받지 못한 이름 없는 유공자의 명예를 회복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이 공로로 법무법인 광장 공익위원회는 '제2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공익상'을 수상했다.

광장은 별도의 공익재단을 만드는 여타 대형로펌과 달리 조직 내에 공익위원회를 두고 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홍 변호사 외에 사건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모두 자원 방식으로 참여한다. 위원회에는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난민, 이주노동자 등을 돕기 위한 8개 팀을 비롯해 기획팀까지 9개 팀이 있다.

공익위원회가 NPO(비영리단체)나 변호사단체, 또는 개개 민원인들로부터 사연을 접수해 이 중 주요 사건을 선정하고 법인 내부 논의를 거쳐 사건을 진행하는 식이다. 홍 변호사는 "별도 공익 조직을 두는 것과 광장처럼 내부 위원회를 통해 공익활동을 하는 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며 "광장의 경우 오랜 경륜을 가진 변호사들이 위원회를 통해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장에서는 총 6364시간의 공익활동이 전개됐고 여기에 참여한 변호사 수는 304명에 달했다. 공익활동을 현금으로 환산한 데에 직접 광장이 기부한 금액까지 더하면 그 가액은 41억원에 육박한다.

대형로펌 변호사들에게 공익활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홍 변호사는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은 '사회의 병폐를 고치는 의사'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익활동은 사회의사로서 변호사들이 활동하게 해주는 주요 통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광장 공익위원회도 많은 변호사들이 자발적 참여를 통해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변호사 공익활동에 대한 현행 제도는 다소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홍 변호사는 "막 개업한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 업무 자체가 서툴러서 일을 배워야만 하는 데다 그들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의무적으로 20~30시간씩 공익활동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시스템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또 "공익활동 확산을 위한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단지 공익활동 시간을 지방변호사회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등 지엽적 이유로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며 "공익활동 제도가 다소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상자 프로필
신영철 변호사는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8기로 수료한 후 1981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2015년 대법관직에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법관으로 지냈다. 현재 광장에서 소송·중재, 기업일반, 금융, 자본시장 등 폭넓은 부문에서 활동 중이다.

김혁중 변호사는 제9회 군법무관시험에 합격하고 육군에서 군법무관으로 20년을 지낸 후 방위사업청 법률소송담당관을 거쳐 2016년 광장에 합류했다. 현재 광장에서 방위사업과 법제컨설팅, 행정소송 등 업무를 맡고 있다.

홍석표 변호사는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한 후 광장 자문그룹에서 다수 기업의 회생절차나 워크아웃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구조조정 및 도산 등 업무를 맡고 있다. 공익위원회 총괄간사로서 위원회의 장애인 법률지원팀 팀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이행조치 마련에 기여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희성 변호사는 제5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42기로 수료한 후 광장 송무그룹에서 소송, 기업일반, 부동산, 검찰형사, 행정소송, 헬스케어 등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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