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국제분쟁 100% 승소한 비결

[대한민국 법무대상 수상자 인터뷰] 법무법인 세종 국제중재팀

황국상 기자 2019.06.14 06:00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 사진=이기범 기자

WTO(세계무역기구) 분쟁은 대개 피소국이 이기기 어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대방 국가의 특정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점에 대해 원고 측이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기술을 빠트린 채 상대방 국가의 관세부과 등 조치에 대해 'WTO 협정의 어떤 조항에 위배된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만 써도 기업이나 원고 측 주장이 대개 그대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2016년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WTO 분쟁을 제기한 때만 해도 외국로펌들은 일본이 유리하다고 봤다. 일본 공기압밸브 제조사들이 한국에 덤핑(비합리적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방식) 방식으로 물건을 쏟아내 국내 공기압 밸브 제조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판단 하에 우리 정부가 12~23% 가량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일본 정부가 이에 항의해 제소한 건이었다. 공기압밸브는 기압으로 기계의 운동을 발생시키는 장치로 자동화 설비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여기서 패소할 경우 국내 공기압밸브 제조업은 물론이고 이를 활용한 산업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었던 사건이다.

그런데 피소국이 이기기 어렵다는 그 WTO 분쟁에서 한국정부가 사실상 100% 승소했다. 일본이 제기한 13개 쟁점 중 무려 7개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쟁 판정의 재판부 격인 WTO 패널이 구체적 심리도 거치지 않은 채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른 3개에 대해서는 일본 측 주장이 무리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나머지 3개 쟁점에서 일본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지만 한국 정부가 내린 반덤핑 관세 조치를 철회해야 할 상황은 오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이 100% 승소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반덤핑 관세로 피해를 입었다"는 일본 측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 종전 WTO 분쟁의 '관행'을 깨고 일본 측의 기선을 제압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7년 WTO 패널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WTO 상소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법무법인 세종 국제중재팀은 우리 정부를 대리해 일본 측 WTO 분쟁을 사실상 100% 승소한 공로로 '제2회 법무대상' 중재대상을 수상했다.

올 3월부터 세종 경영대표로 취임한 김두식 대표변호사(62·사법연수원 12기)를 비롯한 세종의 국제분쟁해결 PG(Practice Group, 전문그룹) 전문가들이 거둔 쾌거였다.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에 항의해 일본이 제기한 WTO 분쟁을 방어한 산업통상자원부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미국변호사)도 세종 재직 시절 이 사건을 맡아 수행한 바 있다. 상소심 단계에서는 미국 다트머스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김재희 변호사가 가세해 승세에 쐐기를 박았다.

세종이 우리 정부를 대리해 WTO 분쟁을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 한국이 외환위기를 벗어난 직후 EU(유럽연합)가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분쟁에서도 김 대표가 직접 사건을 수행해 승소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세종이 한국을 대리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WTO 분쟁을 제기해 승소를 확정짓기도 했다.

김 대표는 "조선업 보조금 분쟁 때만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국내 로펌의 분쟁해결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공기압밸브 사건의 최종 승소는 국내 로펌이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통상분쟁에서는 우리 정부가 왜 그러한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한국의 관행과 제도 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서 패널을 설득해야 한다"며 "한국 로펌이 아닌 외국 로펌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수개국 언어를 구사할 줄 알면서 국제분쟁 관련 법리에 해박한 전문가들이 대폭 확충되면서 우리 기업과 정부가 진행하는 각종 국제분쟁에서 한국 로펌의 활약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종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상사·투자분쟁과 WTO분쟁, 국제조송 등 세종이 맡은 사건은 40여건에 달한다. 세종은 2015년 이후 국제분쟁 사건에서 단 한 차례도 패소한 적이 없다. 세종 국제분쟁 PG에 속한 국제중재 전담 변호사 20여명을 비롯해 국제통상, 투자협정, 지적재산권 등의 부문을 담당하는 변호사와 전문위원 등 40여명이 협력해서 거둔 결과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세종 국제분쟁 전문그룹(PG)의 김두식 대표변호사(오른쪽)-김재희 변호사 / 사진=이기범 기자

◇수상자 프로필
김두식 대표변호사는 서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2기로 수료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및 자문위원, 대한중재인협회 부회장, 한국무역구제포럼 회장을 지내는 등 국내 대표 통상·중재 전문가로 꼽힌다. 2007년에는 무역구제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김재희 변호사는 민족사관고,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 3회에 합격한 후 세종에 합류했다. 국제상사중재, 투자분쟁 등 부문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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