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 2심도 이겼지만 살아서 판결 못봤다(종합)

유일한 생존자 이상주씨마저 지난 2월 별세, 서울고법 "신일철주금, 1인당 1억원씩 배상해야"…1심 판결 내려진 지 3년7개월만

안채원 기자 2019.06.26 16:04
강제동원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트윈트리 타워) 앞에서 일본정부와 기업에 대법원 판결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뉴스1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징용됐던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한다고 한 법원 판결이 유지됐다. 1심 판결 이후 3년7개월이 지나서야 내려진 2심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김용빈)는 26일 곽모씨 등 7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신일철주금이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내려진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 판단이다.

하지만 소송이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 곽씨 등은 모두 세상을 떠나 이날 항소심 선고를 지켜보지 못했다.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이던 이상주씨 마저 올해 2월15일 별세했다.

곽씨 등은 태평양전쟁이 벌어진 1942∼1945년 군수업체 신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이와테현)와 야하타제철소(후쿠오카현) 등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신일본제철로부터 당시 강제동원돼 강제노동을 당하고 임금 등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2013년 3월 소송을 냈다. 

2015년 1심 재판부는 "강제 동원 내지 징용에 협박 등 불법성이 있었고 옛 신일본제철의 불법성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신일철주금은 신일본제철과의 동일성이 유지돼 불법성 책임의 주체가 된다"고 판단했다.

또 "신일철주금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이 끝나) 피해자들의 청구권 역시 없거나 시효가 소멸됐다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해 정도와 피해자들이 겪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각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설명했다.

이후 신일철주금 측의 항소로 2심 재판이 다시 열렸지만 진행은 더뎠다. 대법원에 계류됐던 다른 강제징용 사건의 확정판결이 난 뒤에야 재판이 재개됐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30일 이춘식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강제징용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이므로 1965년 한·일 정부 간 청구권협정이 있었더라도 개인별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5년만에 나온 확정판결이었다. 

확정판결이 늦어진 배경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 의혹'이 자리잡고 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이 소송을 정부와의 거래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정황을 파악하고 해당 의혹과 관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재판에 넘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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