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산불 발생한다면? 남북 공조 넘어 통일법 미리 연구돼야"

'탈북민 지원·북한법 연구' 박원연 변호사 인터뷰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10.11 06:00
2019.10.08 박원연 변호사 인터뷰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한반도 ‘생태 보고’인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산불이 발생했다면 어떨까요. 남북이 공조할 수 있는 시스템과 관련 법을 갖췄다면 빠르게 진화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참 걸리겠죠. 통일 전이든 후든 관련 분야가 연구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탈북민을 지원하고 북한법을 연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박원연 변호사(41·변호사시험 3회)를 지난 8일 서초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법률사무소 로베리의 공동대표인 박 변호사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산하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동시에 사단법인 통일법정책연구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법무부나 통일부 등과 협력해 포럼을 개최하거나 탈북민들에게 법률지원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 등을 앞장서서 하고 있다.

그가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북한에서 대형 수해 등을 겪으며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시절인 이른바 ‘고난의 행군’ 때 북한의 불행한 현실을 언론을 통해 접한 후다. 딸을 100원에 판다는, 중국의 시장에서 어떤 탈북민(북한이탈주민) 어머니가 한 말을 우연히 언론에서 접한 것이 지금의 박 변호사를 만든 시작이다.

그는 관련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법학전문대학원생의 모임(통한법전)’을 만들었다. 처음엔 전국 25개교 가운데 3개 학교 3명이 모였다. 작게 시작했지만 전국 22개 학교 100여명의 규모에 달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유일하게 전국 단위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선배들께 무작정 접촉해 강연을 부탁드렸죠. 다들 무료로 흔쾌히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법시험 출신 법조인들과 로스쿨 재학생 간 갈등이 불거지던 시절이다. 하지만 통한법전은 선배들과 교류하며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해나갔고 법조화합에 일조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그가 통일법정책연구회를 만드는데도 도움이 됐다. 변호사, 박사과정 이상 연구원, 5급 이상 사무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말 공부하는 학회다. 매년 11월 ‘통일법제 학술포럼’을 개최하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다. 올해는 오는 11월16일에 개최가 예정돼 있다.

“‘통일과 북한법 학회’라는 원로 연구 단체가 있는데 이분들이 머리라면 저희가 허리가 돼서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수는 60여명이며 이 가운데 변호사 50여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년마다 한 번씩 소논문 발표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탓에 매년 자의반 타의반 탈퇴하는 회원들도 발생한다.

탈북민 지원이나 북한법 관련 연구 등은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통일부나 법무부가 담당하고 있는 통일법 연구는 아직 미약하고 남북 교류를 위한 법제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통일이 된 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이렇게 정부에서 손이 닿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 있을 수밖에 없기에 박 변호사는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20년이 넘은 탈북민 관련 법제도에 대해서도 현실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탈북민들을 보호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이것을 넘어 이들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보고 안착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 탈북민들은 가스레인지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죠. 돈을 빌려줄 때도 차용증을 쓰지 않아 문제가 되거나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에 가입해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사건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통일부, 법무부는 변협과 함께 탈북민 관련 100명이 넘는 법률지원단을 꾸렸다. 전국의 탈북민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차적으로는 상담 후 소송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대한 지원한다.

박 변호사도 최근 한 탈북민에게 관련 조건이 되지 않는데도 위장해 지원금을 부정 수령했다며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맡아 1, 2심 판결에서 무죄를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머물러 있다.

박 변호사는 지속성이 중요한 통일·북한 등의 분야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정책이 바뀌는 현재의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북한은 오히려 이쪽 당국자들이 20년 넘게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전문적으로 일합니다. 통일과 관련해선 여야가 함께 만나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어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후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는 또 관련 업무를 맡았으면서도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만나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여기엔 대다수의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갔지만 통일부는 서울에 남아 있다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 남고 싶어 통일부에 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당국자를 만나기도 하죠. 열정을 가지고 해주셨으면 합니다.”

◇박원연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 공동대표) 프로필
△1978년 대구 출생 △대건고 △한국외대 영어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과정 △대한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부위원장 △(사)통일법정책연구회 회장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