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인권침해·적법절차 위반 땐 감찰… '별건수사' 금지한 '조국 규정' 공개

법무부 '인권보호수사규칙' 입법예고… 압수수색은 물건, 장소 특정해 최소화

하세린 기자 2019.10.17 09:28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14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배웅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권 남용에 따른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규정이 공개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적법 절차를 위반하면 감찰을 실시하는 '벌칙' 조항이 신설됐다. 규범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법무부 훈령이었던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으로 격상했다. 

법무부는 지난 15일 관보 등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의견 수렴 기간은 18일까지다. 통상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이지만 이번에는 4일 뿐이다.

해당 규칙에는 기존 '인권보호수사준칙'에 없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우선 검사와 수사업무 종사자가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했거나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직근 상급검찰청의 장은 즉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승낙을 받아 감찰을 실시해 인권침해 또는 적법절차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해야 한다.

다만 검찰총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위반행위에 대한 감찰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상급검찰청의 장 또는 대검 감찰부장은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에게 그 감찰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또 검사가 수사 중인 범죄와 관련 없는 범죄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부당한 별건수사 금지)이 신설됐다. 그동안 학계 등에서 통용돼왔던 '별건수사' 용어에 대한 정의도 명시됐다.

별건 수사는 △직접 연관된 범죄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동종·유사한 범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범한 범죄 △범죄은닉·증거인멸·위증죄 또는 허위감정통역죄 △수사 중인 범죄의 범행수단으로서 이뤄진 죄를 제외한 수사로 정의했다. 이를 제외하고는 수사 도중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범죄 혐의점을 찾는 것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와 관련해서는 관할 고검장의 역할을 강화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5급 이상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30대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중요 기업 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 개시 전 고검장에게 사전 보고토록 의무화했다.

형사부 검사의 직접수사 최소화 규정도 추가됐다. 형사부 소속 검사가 대상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수사의뢰 사건 또는 인지사건을 가급적 직접 수사하지 않고, 소속 청 전담 부서에 재배당하거나 사법경찰관에게 수사토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다만 공소시효가 임박하는 등 긴급한 경우이거나 수사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직적수사를 허용했다. 이는 특수부 폐지 이후 형사부 소속 검사들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과 관련해서도 제동장치를 마련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돼 재청구하는 경우,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등 국민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규정이다. 다만 이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

압수수색 시에는 물건, 장소를 특정해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로 이뤄지도록 했다. 압수수색 대상자와 변호인이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라는 규정도 들어갔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개입'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검찰청도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법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다음달 검찰총장 직속 기구로 '검찰 인권위원회'도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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