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 전문가' 권익환 전 남부지검장, 서초동 변호사로 변신

부실채무기업 수사·저축은행 비리 파헤친 '기획통'…"최선 다해 변론하고 억울한 점 돕겠다"

이미호 기자 2019.11.08 06:00
권익환 전 남부지검장.

금융가에서 서울남부지검장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국회는 물론 여의도 금융권까지 관할로 둔데다 금융조사 1·2부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까지 밑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통 기업수사부터 금융 및 증권 범죄까지 수사 노하우는 단연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국내 유일의 '금융범죄 전담청'을 진두지휘했던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52·사법연수원 22기)이 변호사로 돌아왔다. '변호사 권익환 법률사무소', 그가 만든 새 둥지의 이름이다.

지난 6일 찾아간 그의 사무실은 서초대로를 끼고 대법원,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한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회의실 벽 한쪽에는 지난 7월 사직하면서 검사 후배들이 준 동판이 걸려있었다. '롤링페이퍼'처럼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선물이다.

권 전 지검장은 "검찰에 24년간 있다가 왔으니 아무래도 형사사건을 많이 맡게 될 것 같다"면서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으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변론하고 억울한 점 등을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기업금융 쪽 수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쪽 분야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으면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방안으로 탈검찰화를 표방하면서 파견검사 복귀를 발표했지만, 권 전 지검장은 파견검사야말로 검사들이 특정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의 부실채무기업특별조사단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대표적이다. IMF사태를 거치면서 기업들에게 거액의 대출을 내줬던 우리나라 5대 은행이 당시 전부 부실화됐고, 결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긴급 수혈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소위 망한 기업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이 필요했는데, 예보 직원들로만 기업조사를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감원, 예보 등 6개 기관의 직원들을 차출해 10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탄생했다.

권 전 지검장은 "다른 계열사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가 부당지원했거나 사주가 횡령을 했는지 여부 등을 찾아 검찰에 고발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금융기관 직원들뿐만 아니라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이 파견돼 기업조사를 총괄하고 자금 추적을 하는 등 2년간 거의 100개 기업을 조사했다. 당시 매우 열심히 일을 했고 아직도 보람을 느낀다"고 회고했다. 이 조사단은 예보 내에서 부실금융채무에 대해 조사하는 역할(검사 2~3명 파견)로 바뀌어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권 전 지검장은 2011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시절 저축은행 부실 비리 수사를 담당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단장으로 맹활약했다. 당시 그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수사를 통해 수천억원대 불법대출을 감행한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진 등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5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공안부장, 대전지검장을 거쳐 서울남부지검장에 올랐다.

권 전 지검장은 최근 검찰에서 단행하고 있는 '검찰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남다른 소회를 갖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로스쿨 도입 △국민참여재판 △공판중심주의 등 굵직한 3가지 방안을 법률적으로 구체화하는 업무를 맡았다. 당시 대법원에서 넘어온 사법개혁의견서를 토대로 검사와 판사, 교수 등 40명 정도로 위원회를 꾸렸다. 

그는 "로스쿨은 빈부양극화라는 논란이 있지만 시행되고 있고, 공판 중심주의도 재판 자체를 놓고 보면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은 여전히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국민들 손에 좀 더 많은 사법권력 내지 검찰권력을 주는게 개혁의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검사와 판사 역시 때로는 독단적일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시민들이 감시해 '건전한 상식' 내지 '일반적인 판단'을 사법과정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권 전 지검장은 검찰개혁에 있어 가장 큰 화두가 국민이라면, 두번째는 결국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가 관건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검찰개혁방안은 미시적인 부분들이 많고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기 위한 기제들은 별로 안 보인다"면서 "법무부 탈검찰화하면 정치적으로 중립이 될지, 특수부를 폐지하면 될지, 정보기능을 없애면 될지, 과연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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