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일반

[친절한 판례씨] 축구 경기중 충돌 '사지마비'…손해배상 책임은?

대법원 "경기규칙·안전배려의무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우면 손해배상 책임 없어"

최민경 기자 2019.12.10 06:15

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축구하다가 부딪혀 사지가 마비되면 부딪힌 상대에게 배상 받을 수 있을까? 조기축구회 충돌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20대 골키퍼가 자신과 부딪힌 40대 공격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골키퍼와 공격수가 공을 선점하기 위해 경합하다 부상을 입은 것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소개한다.(2017다203596)

같은 조기축구회에 소속돼있던 김씨와 장씨는 2014년 7월 충남 계룡시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각각 골키퍼와 상대팀 공격수를 맡았다. 경기 중 김씨가 지키는 골문으로 공이 날아오자 공을 쳐내려던 김씨와 공을 잡기 위해 이동하던 장씨는 충돌했다.

김씨는 이 충돌로 인해 목척수 손상, 전방 척추 인대 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사지마비를 이유로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장씨에게 손해배상금과 위자료로 11억1451만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공격수에게 골키퍼와 부딪힐 수도 있다는 추상적 가능성을 염두하고 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멈추라는 건 축구경기 성질상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사고 당시 충돌 순간을 피하지 못한 것만으로는 장씨 행위가 경기규칙에 위반된다거나 위법한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장씨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장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다친 김씨(175cm·55kg)에 비해 장씨가 키 178cm에 몸무게 100kg 이상의 '건장한 체격'이라는 점에 주목해 충돌 시 충격이 커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어 "골 에어리어 내에서 공격수가 골키퍼에게 뛰어 덤벼드는 반칙을 범해 사고가 일어났다"며 "안전을 배려할 주의의무 위반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한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축구 같은 경기엔 부상의 위험이 있고,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점, 김씨도 장씨의 움직임을 잘 살피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점프를 시도함으로써 충격의 정도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장씨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2심은 김씨에게 3억9000여만원, 김씨 부모에게 각 800만원, 김씨 누나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장씨가 김씨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축구경기 규칙을 위반했다 단정하기 어렵고, 위반했대도 그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격렬한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축구경기의 내재적 위험성, 골대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두고 공격수와 골키퍼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접촉의 일반적 형태 등에 비춰 장씨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을 벗어나 김씨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이 장씨가 축구경기 참가자로 준수해야 할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령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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