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뉴스

[검블리]부산으로 제주로 흩어진 '윤석열 사단'…"거리 멀수록 찍힌 순서?"

청와대 관련 수사 지휘 한동훈·박찬호 각각 부산·제주 발령

이정현 기자 2020.01.11 07:01
검블리 / 사진=이지혜기자



"드래곤볼처럼 흩어졌다"
일본 원작 만화로 7개의 드래곤볼을 모으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내용이다. 이때 소원을 들어준 드래곤볼은 전세계로 흩어져 날아간다. 

8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두고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일명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며 윤석열 검찰총장 지근거리에서 참모 역할을 했던 대검찰청 간부들이 일제히 교체되면서 전국 각지로 발령난 모습이 흡사 모이기 어렵게 만든 '드래곤볼' 같다며 씁쓸히 웃었다. 

실제 이번에 발령난 '윤석열 사단'의 부임지를 보면 겹치는 지역이 없다. 서울, 수원, 부산, 제주 등 모두 분산됐다. 

전국 특별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부산고검 차장)으로, 전국 공안수사를 지휘하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도(제주지검장)로 가장 멀리 이동하게 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이끌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승진하면서 충청북도 진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교적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머문 이들도 있다. 소윤(小尹)으로 불리며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나면서 경기도 일산으로 출퇴근하게 됐다.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검찰 자체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정책 연구 업무를 수행하던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에 전보되면서 경기도권을 지켰다. 전국 형사수사를 지휘하던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이동해 유일하게 서울에 머물렀다.

아울러 흩어진 윤석열 사단 중 일선 지검장으로 간 사람은 제주지검장으로 이동하는 박찬호 검사장 뿐이다. 특수통으로 명성을 날리던 이원석, 한동훈, 조상준 검사장은 같은 검사장 급이지만 상대적으로 일선 지검장보다 지휘권이 작은 고검 차장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고검에서 그동안 해오던 수사 업무가 아닌 항고사건 결제 및 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밖에도 강력·특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수사해 온 배성범 검사장은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 교육 등 교육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윤대진 검사장이 옮겨가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직은 사법고시 폐지로 사법연수원 유지가 불필요해진 상황에서 곧 없어질 자리다.

이번 고위직 인사가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와 '윤석열 사단' 해체 성격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이들의 부임 지역이 현 정부로부터 '찍힌' 순서아니냐는 '농반진반' 이야기도 들린다. 

이를테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검사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검사장은 청와대로부터 가장 미움을 사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도와 부산으로 각각 전보된 것 아니냐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서울과 수원에 머물게 된 조상준 검사장과 이원석 검사장에 대해 "정권의 미움을 덜 샀나보다"며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은 공직자로서 어떤 보직을 맡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장은 "2007년에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부산에서 다시 검사 생활을 하게 돼서 뜻깊다"고 밝혔다. 박 검사장 역시 "제주지검장으로 부임하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나타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왼쪽)과 박찬호 공안부장이 법무부에서 열리는 검찰고위간부 보임 신고식 참석을 위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0.1.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