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금지법? '일부 경쟁자' 아닌 '경쟁의 장' 보호해야"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 인터뷰

안채원 기자 2020.01.17 06:00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사진=강민석 인턴기자 msphoto94@

'카카오톡'에서 선물 받은 기프티콘의 유효기간을 별도로 알려주는 것,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도 특정 기간 내에 신청하면 모두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제주도에서 렌터카를 빌렸을 때 남은 기름 양에 따라 다시 정산받을 수 있게 한 것…

이 모든 게 '공정거래 분야'에 포함된다. 공정거래는 언뜻 들으면 우리와 멀리 있는 개념으로 느껴지기 쉽지만 실은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분야다. 하지만 그만큼 분쟁이 발생하기도 쉬운 분야다.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변호사는 이렇듯 국민들의 삶이 크게 연관된 공정거래에 관심이 컸다. 그리고 13년 동안 이 분야에서 쌓은 경험으로 공정거래 전문 법조인이 됐다.

우연한 계기로 공정거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백 변호사는 2015년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에서 다양한 공정거래 분쟁 사건을 맡아왔다.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가 꼽는 최근의 공정거래 화두는 무엇일까. 백 변호사는 '경쟁에 대한 보호'를 꼽았다. 그는 "공정한 거래가 보장되기 위해선 건강한 경쟁이 존재해야 한다"며 "경쟁을 보호해야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시로는 최근 국회와 법원을 오가며 택시업계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는 '타다'를 들었다. 

백 변호사는 "공정위는 '타다 금지법' 국회 통과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는데 이는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에 대한 보호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는 이게 맞다고 본다. 공정위는 일부 경쟁자가 아닌 어떤 경쟁의 장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을에 대한 보호 영역이 넓어진 것도 또 다른 단면으로 소개했다. 그는 "예전보다 공정위가 을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단순히 을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오히려 갑질을 일삼는 '블랙을'들을 막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 변호사는 "실제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을로부터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면서 "공정위도 이를 파악해 을을 보호하는 만큼 을의 횡포도 제재하겠다는 움직임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법조계에서도 앞으로는 누가 갑이고 을이냐 보다 갑과 을이 상생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단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공정거래 분야의 중심에 서 있는 공정위가 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공정위를 '심판'으로 표현했다. 백 변호사는 "공정위는 축구 경기장 안의 심판과 같다"며 "어느 한 팀이 약팀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호해주거나 이런 것이 아니고, 양 팀 다 정해진 룰을 잘 지키며 경기를 펼쳐가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근 맡은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일방적 계약 해지를 당한 한 우리나라 기업 사건을 소개했다. 국내에서 결핵 예방주사를 유일하게 수입하는 업체였던 A회사는 14년 동안 국내 시장 활로를 개척해 확보했다. 하지만 주사를 공급하던 외국계 기업이 이 국내 유통망을 직접 확보하려는 욕심에 A회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A회사는 백 변호사를 찾았고 마침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아낼 수 있었다. 또 해당 외국계 기업은 과징금을 내야 했다. 백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맡아 을들의 눈물을 닦아줬다는 기분이 들 때 가장 보람차다"며 웃어 보였다.

백 변호사가 이처럼 공정거래 분야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건에 직접 뛰어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했다. 공정거래와 가장 밀접한 기관인 공정위의 제재 내용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법적 해석과 분쟁의 종류도 끝없이 다양해진다. 

백 변호사는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이해 없이는 공정거래 분쟁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저는 늘 사건을 맡기 전 반드시 그 회사와 그 회사가 속한 산업군에 대해 공부한다"고 고백했다.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 변호사는 또 "매일 아침 경제 신문을 꼭 챙겨 읽는다"며 "공정거래 분야는 우리나라 경제 활동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백 변호사는 "그냥 좋은 변호사나 유명한 변호사가 아니라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맞춤형 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아무리 유명하고 좋아도 당사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다 쓸데없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프로필

백광현 변호사는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6년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했다. 2007년부터 법무법인 화우 공정거래팀에서 근무한 그는 2011년부터 법무법인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과 공정경쟁연합회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을 수료했고, 미국 공정위 격인 FTC, 미국 Steptoe & John LLP에서 근무했으며 고려대 로스쿨에서 공정거래법을 가르친 경력이 있다. 2018년부터는 공정위 정보공개심의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영화관 팝콘 비싸도 되는 이유', '같이 살자 가맹사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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