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내 꿈은 강남…" 검찰은 왜 '정경심 카톡' 꺼냈나

강남 건물주 꿈 때문에 범죄 저질렀다? 혐의와 연관성 낮은 증거, '여론자극' 노렸나

김종훈 기자 2020.02.09 08:00

정경심 교수./ 사진=이기범 기자

논리문제 중 '몬티 홀'이라는 것이 있다. MIT 수학천재들 이 도박판을 휩쓴다는 내용의 영화 '21'에도 등장했던 문제다.


규칙은 간단하다. 퀴즈쇼 참가자는 눈앞에 있는 세 개의  문 중에서 자동차가 있는 문 하나를 골라야 한다. 나머지 두 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참가자가 문을 하나 고르고 나면 진행자 '몬티 홀'이 염소가 있는 방문을 열어 보여준다. 그리고 참가자에게 묻는다. "선택을 바꾸시겠습니까?"

 

언뜻 생각해도 선택을 바꾸는 게 확률 상 유리할 것 같다. 하지만 전제에 따라 달라진다. 이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학자들은 선택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50% 확률로 자동차를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택을 바꿀 때 자동차를 가질 확률은 실제론 3분의 2, 66.6% 다. 왜 그럴까?


함정은 '염소가 있는 방문을 열어 보여준다'에 있다. 참가자가 처음 1개의 문을 골랐을 때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셋 중 하나 이므로, 확률은 3분의 1이다.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남은 두개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3분의 2이다. 그런데 이후 몬티 홀이 공개하는 것은 무조건 염소가 있는 방의 문이다. 당초 남은 두 개의 문 중 하나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3분의 2, 여기서 염소가 있는 문을 하나 제거해 주므로 남은 마지막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그대로 3분의 2가 된다. 무조건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단 얘기다.


정경심 이야기를 제목에 붙여놓고 왜 이런 머리 아픈 문제를 내냐고 불평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몬티 홀 문제가  정경심 교수 재판에 주는 교훈이 크다.


몬티 홀 문제의 교훈은 통제되는 정보에 속지 말라는 것 이다. 정보 그 자체는 물론 정보가 주어진 과정까지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전문가도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답은 50%라고 주장한 학자들은 통제된  정보에 속았다. 참가자가 고른 문을 빼고, 몬티 홀이 나머지 두 개 중 무작위로 문을 열게 하면 확률은 50%로 돌아온다. 하지만  게임 규칙에 따르면 몬티 홀은 참가자의 선택과 자동차와  염소의 위치를 모두 알고 염소가 있는 문만 열어준다.


이 게임에서 처음부터 자동차가 있는 방이 열려질 가능성은 없었다. 정보는 몬티 홀에게 통제 당했고, 학자들은  거기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지난주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재판에서 정 교수가 강남  건물주 꿈을 꿨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강남 건물주 꿈을 이루기 위해 불법 재산증식 에 손 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정말 강남 건물주 꿈을 꿨던 건지, 아니면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낸 건지 모르겠다.  조국 전 장관의 '이중성'이 탐탁지 않지만 민정수석의 아 내는 강남 건물주 꿈을 꾸면 안 되는 건지도 의문이다.


어쨌거나 이 카톡은 언론을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SNS와 댓글로 정 교수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었다. 검찰이 정 교수의 카톡 내역을 고르고 골라 '얘기 되는 것만' 뽑아내 법정에서 공개했고, 그 중에서 또 선별돼 법정 밖으로 퍼날라진 게 건물주 이야기라는 사실을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검찰이 피고인의 유죄 증거를 제시하지, 무죄 증거를 제시하느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범죄 처벌은  검찰의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재판에서 검찰은 앞뒤 맥락을 자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증거를 내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증거들이 범죄라고  가리키는 혐의만 기소해야 한다. 정보를 통제해 판사에게 유죄의 심증을 주려고 한다면 재판을 한낱 '퀴즈쇼' 취 급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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