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짐싼 불법체류자 3600명, 자국 거부로 갈곳 잃었다

오문영 기자 2020.04.08 14:32

지난달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자진출국을 신고한 불법체류자 3600여명이 갈 곳을 잃었다. 베트남·몽골 등 불법체류자들의 본국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며 자국민 귀국을 막아서면서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3629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 신고를 접수했으나 출국하지 못한 채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대부분의 국적은 베트남과 몽골이다. 법무부는 이들 국가에 '불법체류 자국민 수송을 위한 항공편을 마련해달라' 요청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한다. 협의가 늘어지면서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체류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는 코로나19 여파와 법무부의 재입국 허용 등 파격적 혜택이 맞물리면서 급증세를 탔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최고단계)으로 격상된 직후인 지난 2월24일부터 3월1일까지 5435명의 불법체류자가 자진출국을 신고했다. 전 주(2월17~23일)에 자진출국을 신고한 불법체류자 인원 수인 1191명의 5배에 달한다.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신고 인원은 3월 첫째주에 7515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같은 달 둘째주에 2701명으로 고꾸라졌다.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지난 3월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자진출국을 접수한 불법체류자는 500명도 되지 않는다.



베트남·몽골 등 국가가 불법체류 자국민의 귀국을 거부하면서 자진출국 신고 또한 감소했다고 입을 모은다. 귀국할 수 없다는 상황을 알게된 베트남·몽골 국적의 불법체류자들이 선뜻 자진신고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지난 3월6일, 몽골은 지난 2월27일부터 코로나19 확산방지 차원에서 자국행 항공편을 중단한 이후 불법체류자의 귀환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법무부는 외교부·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송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주한 대사관을 통해 '전세기를 보내달라'는 협조공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으나 제대로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사관 직원을 법무부로 불러들여 설득도 하고 있지만 이또한 여의치 않다고 한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 교민 수송을 위해 파견하는 전세기에 불법체류자를 태워보내는 등 여러 방법을 제안했으나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몽골은 지난 2일 '코로나19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전세기를 띄웠으나 불법체류자는 명단에서 제외했다. 법무부는 '탑승자 명단은 몽골 정부가 정할 것'이라는 일방적 통지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귀국길이 막힌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통제 없이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진출국를 신고한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현재 각자 집에 머무르고 있다.

한 출입국 관계자는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은 등록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약국에서 마스크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보다 노출돼 있고, 국민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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