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건도 가능한가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줄 잇나

채널A 기자·한동훈 검사장 기소여부 판단할 수사심의위도 소집 결정…중소형 로펌에 관련 문의 늘어

오문영 기자 2020.06.30 05:30
외부인이 수사과정을 살펴보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연이어 열린다.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가 '검찰수사의 공정성 확보'라는 도입 취지와 넘어 남발되는 것이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오전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에 참석한 15명의 시민위원들은 논의결과 수사심의위 소집을 의결했다. 부의심의위는 관련 규정에 따라 금명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서를 송부할 예정이다. 대검은 요청을 받는 즉시 소집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5일 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채널A 이모 기자가 '수사진행이 편파적'이라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고, 이를 대검이 받아들인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됐다.



수사심의위, 채널A 기자·한동훈 '기소여부' 판단한다


지난 4월28일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사진=뉴스1


대검에서 열릴 수사심의위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채널A 이모 기자와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수사심의위원 25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의 현안위원이 논의를 거친 뒤 표결을 통해 결론을 낸다.

수사심의위에선 부의심의위보다 전문적인 공방이 이뤄진다. 자영업자, 대학생 등 평범한 시민들이 참여해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한 부의심의위와 다르게, 수사심의위는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학계 인사와 변호사,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수사심의위 권고에는 기속력이 없어 수사팀이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운영지침에 따르면 주임검사는 수사심의위 의견을 존중해야한다. 지금까지 수사심의위에서 논의된 8건의 사법처리 방향은 모두 수사심의위 의견을 따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은 지난 16일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로 알려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기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상태다.

법무부는 최근 한동훈 차장검사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조치하고, 직접 감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차장검사는 입장문을 내고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게나 고동이나 다 수사심의위 서겠네"…남발 논란도


박지원 전 대안신당 의원/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수사심의위'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이번에 소집이 의결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물론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와 함께 구속된 박모 변호사도 소집 요청을 내놓은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악용 논란'도 일고 있다. 당초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된 수사심의위가 남발되면서 오히려 검찰 수사를 지연·방해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제 앞으로 게나 고동이나 다 수사심의위원회 서겠다"며 "시간 벌고 그러는데 이것도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중소형 로펌에는 '수사심의위 소집'과 관련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주임검사나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과 관계된 이들이 모두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신청서를 낸다고해서 모두 심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시민 150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이 부의심의위를 열어 소집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외부인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가 '명확한 결론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지적도 존재한다. 2018년 당시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 설치를 권고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이 외부점검 시스템을 통해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가능한 사건인가"라면서 "당시 자료를 보면서 아쉬운 건 사건 관계인이 소집 신청을 남용하는 경우 그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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