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료사고 배상액 계산, '맥브라이드' 붙들 필요없다"

1960년대 미국서 작성된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 채택

김종훈 기자 2020.10.25 09:00
/사진=뉴스1


의료과실 사건에서 기존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대학의학회 장애평가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판결이 나왔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6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준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구식이고 오역도 많다는 비판이 있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이종광)는 의료사고 피해자 A씨가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의사들이 A씨에게 68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디스크 수술 과정에서 집도의 과실로 인해 족하수를 앓게 됐다. 족하수란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쪽으로 당기지 못해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담당 의사들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1·2심 사이 이견은 없었다. 다만 2심은 1심이 따랐던 맥브라이드 평가표 대신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따라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옳다고 판결했다. 대한의학회는 맥브라이드 평가표의 문제를 인식하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연구한 끝에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장애평가기준을 완성, 출판했다. 이후 오류를 보완해 2016년 개정판을 출간했다.

2심은 맥브라이드 평가표에 대해 "원전에 명백히 오기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1963년 마지막 개정판이 출간된 이후 의료기술이 크게 발전해 여러 변형이 가해진 상태로 이용되고 있다"며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60년대 미국 사회환경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어서 지식정보사회인 현대 한국사회와 큰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대해 "초판의 오류를 바로잡은 개정판이 발간된 지 3년 이상 지났고 이후 명백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2심은 이번 의료사고로 A씨가 직접 입게 된 손해를 470만원, 수술 후유증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입게 된 손해를 6280만원으로 정했다. 여기에 의사들의 과실책임을 80%로 잡아 산출한 액수에 정신적 위자료 1500만원을 더해 6860만원을 배상액수로 결정했다. 의사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한 것은 의사들이 표준적인 수술법을 권유했음에도 A씨가 거절해 다른 수술법을 택하게 된 점을 참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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