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처럼 공개 SNS하는 검찰, 표현의자유 vs 윤리 부재

안채원 기자 2020.11.21 06:30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검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연일 논란거리로 떠오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공정 우려' 등을 이유로 중앙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이 계속 보류되고 있다"며 "제가 '제 식구 감싸기'를 결코 하지 않으리란 걸 대검 수뇌부는 잘 알고 있다"고 적었다. 자신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검찰 간부들로 인해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단 취지다.

임 부장검사만이 아니다. 최근 검찰 관계자들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감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전체 공개' 형식으로 남기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페이스북 좋아하는 추미애…대검 감찰부장도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중요한 시기마다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대면 조사 시도가 무산된 당일에도 페이스북에 "취임한 지 아직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몇 년은 지나버린 것 같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다"고 적었다.

이어 "매일같이 사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총장과의 갈등 부각과, 장관의 거취를 집중적으로 여론몰이하는 보수언론 등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압통과 가시에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을 때가 없었다"며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법무부 장관을 한다는 것은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어떤 모진 시련도 견뎌야만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도 토로했다.

지난 15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페이스북 글은 '셀프 감찰'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게 했다.

한 감찰부장은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요청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돼 검찰총장에게 대검 차장을 통해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며 "아울러 대검 부장회의에서 이 건을 논의할 것을 건의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무부 훈령인 '감찰사실 공표에 관한 지침' 3조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감찰 활동의 내용과 결과 등은 외부에 공표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




"기준 정해야"vs"지나친 간섭 우려"


페이스북을 통한 의견 표명은 기존에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던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검찰개혁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혼란해진 검찰 내부에서도 개인 페이스북을 통한 의견 표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보인다. 한 감찰부장 글에는 "내용을 공유해줘서 고맙다"며 격려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검찰 내부의 상황과 이들이 부딪힌 문제에 대해 알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반면 법조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선 안 되고, 기밀성을 유지해야 하는 검찰의 업무 특성상 자신의 의견이나 업무 내용을 개인 SNS에 공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망에 한 감찰부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감찰부장님이 스스로 대검 감찰부에 감찰을 의뢰함으로써 업무 관련 내용을 SNS 등에 공개하는 행위의 명확한 허가 불허가 기준을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팔짱 낀 사진 등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논란을 빚은 진혜원 부부장검사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선 "지극히 정치 편향적인 글을 끊임없이 쏟아냈기 때문에 감찰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검사 개인의 SNS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특정인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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