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122번째 공판서 "적폐청산 광풍, 정보 왜곡되고 결론 재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부가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달라"

박수현 2021.04.07 13:58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사법농단'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약 2개월 만에 재개된 재판에서 "적폐청산이란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까지 불어왔다"며 "재판부가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12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2월 5일 공판이 속행되고 약 2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었다. 그 사이 형사합의35부는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로 바뀌었고, 재판부 구성도 모두 변경돼 이날 공판에선 공판절차 갱신이 이뤄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과 변호인의 변론 이후 발언 기회를 얻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광풍이 사법부까지 불어왔다"며 "그 과정에서 자칫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 관찰을 방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법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은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하면서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유출되고 수사의 결론이 미리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야말로 당시 수사 과정에서 어떤 언론이 수사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쉬지 않고 수사 상황이 보도됐다"며 "그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되고 결론이 마구 재단돼 일반 사회에서는 저희들이 마치 직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생각에 젖어들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광풍이 다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왜 이렇게 된 건가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도 과거에 형성된 예단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재판부가 이 사건의 본질이 뭔지, 실질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을 비판한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한 혐의 등으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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