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검찰 둘 다 나선 '고발 사주'수사…중복·혼선 어쩌나[서초동살롱]

정경훈 2021.09.19 09:00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총 대표단과의 대화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1.9.10/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이중 수사 논란과 수사 효율성 저하 문제를 피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 수사 기관이 동시에 들여다 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현재의 협력 기조를 잘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공수처와 검찰이 들여다 보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은 고발·고소인만 다르지 사실상 같은 사건이다.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의 고발을 받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손준성 검사를 9일 입건해수사 중이다. 윤 전 총장 등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고소한 건을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에 배당했다고 15일 알렸다. 고소 대상은 7명으로, 윤 전 총장과 손 검사, 한동훈 검사장, 국민의힘 김웅·점정식 의원, 김건희씨, 성명불상자 등이다.

고소장에 따른 혐의는 선거방해·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5개다. 선거방해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대상이 같은 것이다. 공수처법 조항과 취지에 비춰보면 검사의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범죄는 공수처로 옮겨 수사해야 한다. 다만 각 기관은 서로 협력하면서도 당장의 수사는 각각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 유무 규명에, 검찰은 선거 방해죄 성립 여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집중하는 부분이 다를지라도 조사 대상이 겹치는 만큼 이중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사건의 피의자나 참고인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고, 공수처에서도 조사 받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고발 사주 의혹은 사건 관계인 진술이 서로 다르거나 부정확해 철저한 사실 관계 파악이 필요한 사건이다. 각 기관이 사람을 여러 차례 부르는 과정에서, 중복 조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중 혹은 마무리 단계에서 각 기관의 판단이 달라 혼선이 일 수도 있다. 사건 관계인이 검찰과 공수처에서 동일한 진술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같은 혐의를 두고 검찰은 무혐의고 봤지만 공수처는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낼 가능성도 있다. 고위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가장 깔끔한 방법은 특검이나 합동 수사팀 구성이었을 것"이라며 "복잡한 사건 수사 주체가 여럿인 점이 바람직하지는 못하다. 향후 혼선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업무 분장을 논하기 위해 상반기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힌 협의체가 공수처와 검찰의 입장 차이 때문에 멈췄다는 점은 아쉬움을 더한다. 사건 이첩 시기에 관해서도 명확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한창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 충분한 고려 없이 이첩이 요구되면 수사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유력 대권 주자가 연루된 사건인 만큼 수사가 늦어지면 수사 기관이 정치 개입 비판을 뒤집어쓸 수도 있어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관련 수사는 추석 연휴에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수사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관 간 원활한 자료 공유가 필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의 경우 공수처가 10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 제공을 공수처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 공수처도 검찰에 협조를 구하게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 기관이 협의 채널을 구축할 것이라며, 명쾌한 의혹 해소를 위해 채널 운영에 끊임이 없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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