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실 뺀 압수수색…의지·능력 의심받는 검찰[서초동살롱]

정경훈 2021.10.17 09:15
(성남=뉴스1) 김영운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끝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검찰 관계자가 압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2021.10.15/뉴스1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전담팀까지 꾸려 파헤치고 있지만 사건 실체를 캐면서 수사 의지와 능력까지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뒤늦은 압수수색 등을 두고 검찰 수사 의지나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새로 확보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휴대전화 분석을 통해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15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을 꾸린 9월 말로부터 약 2주가 지나서야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압수수색 대상 장소는 문화예술과·주택과·도시계획과와 팀·도시균형발전과·정보통신과 등이다. 경찰이 앞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전달받은 문화예술과·도시균형발전과보다 장소가 많다. 경찰과 협조로 얻기 힘든 자료를 확보하고자 했을 수 있다.

성남시청은 의혹이 제기된 때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의사결정 구조의 꼭대기로 지목됐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본부장 등의 로비 사건 이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려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해 대장동 개발의 의사 결정 과정과 흐름을 보여주는 기록 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왜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안 하냐"는 질타를 받은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51·사법연수원 26기)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확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검찰이 사건 진상을 밝힐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상 장소로 시장·비서실이 빠진 점이 눈에 띈다. 이 지검장은 국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도) 수사 범주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정 핵심 사안을 보고하는 곳과 받는 곳이 빠졌다. 검찰 관계자는 제외 이유에 대해 "수사 상황이나 소명 정도를 고려해서 했다"고 했다. 수사 과정상 두 곳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위한 조건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소극 수사 탓으로 드러날 경우 큰 문제가 된다.

이미 검찰은 김만배씨(57)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수사 능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김씨에게 뇌물·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을 토대로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건네기로 했으며, 그와 공모해 초과이익환수조항을 빼 성남시에 약 1100억원 손해를 입혔다고 봤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도 곽 의원에게 준 뇌물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성이 큰 반면 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 회계사 녹취록을 과신했다는 평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법조인은 "증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700억원 주기로 했다' '1100억원 손해 입혔다'고 주장하는데 법원을 어떻게 설득하나"라고 했다.

신빙성을 잃은 녹취록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발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횡령·배임액 등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과는 별도로 확보한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과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신병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대장동 사업 주요 인물 간 대화, 로비 여부 등이 추가로 밝혀지면 검찰 수사는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남 변호사 등이 대장동 사업 기획 등에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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