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때 집값 안정된 것처럼 보여야"…文정부 통계조작 어떻게 이뤄졌나

심재현, 대전=양윤우 2024.03.14 16:58
왼쪽부터 김수현·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설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은 사실상의 '사전검열' 방식으로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수사를 담당한 대전지검이 확인한 조작 횟수만 125차례에 달한다.

통계법상 국가통계는 조작 등에 따른 중립성 훼손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공표 전 사전 제공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특히 관련법령과 계약에 따라 예외적으로 주 1회에 한해 통계(주간 주택가격변동률 등)를 사전보고받을 수 있는 국토부와 달리 대통령비서실이 사전보고를 받으려면 서면으로 요청하는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은 이런 절차 없이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통계를 주 3회 사전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원이 이 같은 점을 들어 12차례에 걸쳐 대통령비서실 사전보고 중단을 요청하자 당시 대통령비서실은 예산 삭감 등으로 압박하며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상조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 관계자가 다수 참석한 회의에서 집값 통계 사전보고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동산원의 요청을 받고 "사전보고를 폐지하면 부동산원 예산이 없어질텐데 괜찮겠냐"며 요청을 묵살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김상조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은 이렇게 사전보고된 집값 통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하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재검토를 지사하는 방식으로 주택가격변동률을 사실상 통제·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수현 전 실장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대책의 효과를 변동률 산정에 반영하라고 지시하는 등 대통령비서실 소속 행정관이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반복적으로 연락해 변동률을 낮추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통계조작 과정 모식도. /사진제공=대전지검

이 같은 방식으로 통계가 조작된 4년 6개월 동안 정부에 신고된 실거래가격 상승률(81%)과 정부가 발표한 주간 주택가격 상승률(12%)이 7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보일 정도로 모순된 결과가 초래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서정식 대전지검 차장검사는 "이 기간 공시가격은 실거래가격과 유사하게 81.59% 상승했는데 결국 세금 부과를 위한 공시가격은 실제 시장상황을 적극 반영해 높이고 주간 변동률은 억눌러 마치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도록 선택적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 조작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4월부터 6월까지 7차례,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뒀던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28차례, 2020년 6·17 대책과 7·10 대책 발표 직후인 6월부터 10월까지 26차례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조작 은폐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019년 11월 당시 대통령비서실(국토교통비서관실)에서 부동산원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김상조 전 실장 등에게 전달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부동산원 직원이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에 이메일로 집값 통계를 보고하면서 '현재 수치가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기재했다가 국토부 관계자로부터 '변동률 조작 증거를 남기려는 것이냐'는 질책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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