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부동산 사기'…안 당하려면

알쏭달쏭 부동산 쉽게 풀어드립니다

이건욱 변호사(법무법인 대지) 2016.02.04 08:20


부동산 법률을 10여년 다루다 보니 필자가 부동산 투자도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질문하는 분들이 꽤 있다. 질문은 대부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 "어느 지역이 유망하냐", "상가투자는 어떠냐" 등이다.


사실 부동산 투자에 소질이 없는 필자로서는 난감할 따름이라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그럴 때마다 "부동산 관련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부동산 사기로 돈을 잃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라며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기를 당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덧붙인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기술이 진보하고 그와 더불어 사기수법도 진화한다. 아래에서 대표적인 사기수법을 소개해 본다. 여러분이 피해자 입장이라면 사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펴보시기 바란다.   


◇ 대리인 사칭·본인 사칭·다른 토지 소개 등 다양한 사기 사례


△ 대리인 사칭 사기 사례


A씨는 서울 모 지역에 다세대주택을 소유하면서 중개회사의 대표인 B씨에게 본 다세대주택의 월세 계약 체결권한과 관리권한을 위임했다. B씨는 권한을 위임받은 초기에는 위임받은 권한의 범위 내에서 임차인들과 월세계약을 체결하고 월세를 본인의 이름으로 받는 등 관리인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는 A씨의 허락을 얻지 않고 월세가 아닌 전세계약을 체결하고는 전세금을 본인의 계좌로 이체 받아 사용했다. A씨에게는 월세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고한 후 월세 상당 금액을 A씨에게 계좌 이체해 줬다.


피해자 C씨는 B씨를 다세대주택의 전세계약 대리인으로 알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집주인인 A씨를 직접 만나지 않고 B씨의 말만 믿고 B씨의 계좌로 전세자금을 입금했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모 지역 다세대주택 사기사건의 개요다. 이 사건에서 C씨는 "B씨가 A씨의 표현대리인이기 때문에 전세계약의 효력이 A씨에게도 미친다"라고 주장하면서 A씨을 상대로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했다.


표현대리란 유효한 대리권이 없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본인을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경우 이미 발생한 거래를 유효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B씨는 전세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없었다. 그렇지만 C씨 입장에서 B씨에게 대리권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그 전세계약의 효력이 A씨에게도 미치는 것이다.  


그렇지만 법원은 C씨의 표현대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세보증금반환청구를 기각했다. 다행히 B씨가 중개회사를 운영하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에 가입했기 때문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피해를 회복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혈투를 벌여야 했다.

△ 본인 사칭 사기 사례


E씨는 서울 모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F씨에게 자신의 주택을 월세로 임대했다. F씨는 E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후 E씨를 가장해 중개사인 G씨에게 E씨 소유 주택의 매도를 의뢰했다.


F씨를 주택의 주인이라고 확신한 G씨는 H씨에게 주택을 중개했다. 그 후 H씨는 F씨에게 매매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했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받은 F씨는 잠적했다.


이 사건에서 F씨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E씨과 월세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인 F씨 또한 범인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사칭한 자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완전범죄라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피해자인 H씨는 중개사인 G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고 손해금액 중 일부를 G씨로부터 배상 받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 토지 위치를 속인 사기 사례

 
H씨는 소위 기획부동산업자다. I씨에게 모 지방의 토지가 향후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함께 현장에 갈 것을 권했다. I씨가 H씨과 함께 현장에 방문했다. H씨가 투자 대상이라고 지목하며 소개한 토지는 임야이긴 하나 이미 평탄화 작업이 돼 있었다. 그 토지 바로 옆 토지는 대지화가 돼 건축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I씨는 H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입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매매대상 토지는 평탄화돼 있던 토지가 아닌 뒤쪽 경사가 심한 바위로 이루어진 토지였다. 이에 I씨는 H씨를 사기로 형사 고소했다. 법원이 H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H씨 명의의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I씨의 피해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피해 예방 위해 각종 서류 자세히 확인, 입금 시 계좌이체가 좋아


각 사례에서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자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 것일까?

   
부동산 거래에 앞서 반드시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지적도, 토지 이용계획 확인원 등을 떼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는 원칙적으로 소유자 본인과 해야 한다. 이 때 소유자 확인은 주민등록증과 본인이 직접 발급 받은 인감증명서를 확인한다. 본인 사칭 사기 사례와 같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매매계약 체결 시 계약자 란에 인장 뿐만 아니라 무인(지장)을 받도록 한다. 본인을 사칭한 사기꾼의 경우에는 무인을 찍자는 말에 거부감을 강하게 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과감히 계약을 포기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에는 대리권의 유무를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을 확인하고 본인이 발급 받은 인감증명서를 확인한 후 대리인의 주민등록증까지 확인해야 한다. 대리인의 무인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있다. 소유자가 해외에 있는 경우에는 재외공관 공증이 된 위임장을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전세계약이나 매매계약 시에는 등기권리증을 열람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등기권리증을

요구할 때 소유주들이 기분 나빠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중개사를 통해 공손히 부탁하면 대부분 요구를 수용한다.


현장 답사는 필수다. 특히 토지의 경우 지적도와 현장이 일치되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다세대 주택의 경우 건축물 대장에 기재된 호수와 현황 호수가 다른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건축물 대장을 확인해야 한다.


대금 입금은 반드시 소유자 본인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 시 수표를 주고 받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이왕이면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를 권하고 싶다.


사기꾼들이 마음먹고 사기를 치려고 할 때 이를 피해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주민등록증은 물론 인감증명서, 인감도장의 인영을 자유자재로 위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부동산 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대응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건축사, 중개사, 변호사, 법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손해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건욱 변호사는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법인 대지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건축 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저서 집필에도 힘쓰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부동산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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