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규제, 사후대응보다 사전예방이 우선"

[인터뷰]GCR 선정 '공정거래부문 올해의 로펌상' 수상한 세종 공정거래그룹

황국상 기자 2016.04.24 09:24
법무법인 세종의 공정거래그룹 주요멤버들. 왼쪽부터 임영철 대표변호사, 박주영 외국변호사(미국), 최중혁 외국변호사(미국) /사진제공=법무법인 세종
"이젠 기업들도 규제당국의 조사가 개시된 후에 대응하는 것은 이미 늦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존 비즈니스 형태에서 공정거래법상 어떤 리스크가 있을지 분석을 의뢰하거나 해당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예방차원의 사전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공정거래그룹에서 활동하는 박주영 선임 외국변호사(미국)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P, 법규준수 프로그램) 시스템을 도입·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중요분야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종의 공정거래 그룹은 이달 초 공정거래 부문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매체이자 IBA(국제변호사협회)의 공식 연구파트너인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이 선정하는 '공정거래 부문 올해의 로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은 미주,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등 3개 지역에서 1곳씩만 선정되는데 세종이 55억 인구가 모여 있는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를 대표해 수상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종 공정거래그룹은 여타 로펌과 달리 공정거래 업무만 전담하는 변호사, 전문위원 등 인력이 50명에 이른다. 공정거래그룹을 이끄는 임영철 대표변호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법관 경력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경력을 모두 갖춘 전문가다. 임 대표가 저술한 '공정거래법'은 이 부문의 바이블로 통한다.

박주영 선임 외국변호사(미국) 역시 38회 행정고시 법무행정직을 수석으로 합격한 후 15년간 공정위의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한 전문가다. UCLA 로스쿨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구글·모토로라 기업결합건, 퀄컴 시장지배지위 남용건 등 굵직한 업무를 담당한 최중혁 외국변호사(미국)와 역시 13년 공정위 경력을 마치고 정유사 담합사건, 생보사 담합사건, SK그룹 부당지원행위 사건 등을 담당했던 조창영 변호사 등이 세종 공정거래그룹의 주요 멤버다.

GCR의 '올해의 로펌상'은 해당지역 기업의 평가는 물론 경쟁관계에 있는 로펌들의 상호평가 결과를 종합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1년간 주요 사건실적도 주요 평가근거가 된다.

지난해 세종 공정거래그룹의 활약상도 화려하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여받은 S사와 K사를 대리해 회사의 관여정도, 부당이득 존재여부, 회사의 재무상황 등을 적극 소명한 결과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지배력 1위인 C사가 전국 9개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기업결합 사건과 관련해 해당결합으로 인해 실질적 경쟁제한 우려가 적은 반면 효율성 증대효과가 크다는 점을 제시해 공정위로부터 무조건 승인결정을 받은 점도 세종 공정거래그룹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위촉계약 해지 후 보험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에 따른 거래상 지위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정위 심사에 올랐던 M보험사를 대리해 심의종료 결정을 받은 것도 지난해의 일이다. 이외에도 대구도시철도 3호선 입찰담합사건에 엮인 K사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받은 점, 유통업체에 대해 제품판매 지역을 제한했다는 혐의(구속조건부 거래행위)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S사에 부과된 과징금을 큰 폭으로 줄인 점도 지난해 성과들 중 일부다.

하지만 공정위 등 경쟁규제 당국의 활동의 범위는 날로 넓어지고 있고 규제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공정위 관할법률의 날로 늘어나는 점이 눈에 띈다. 복잡다단한 경쟁법체제로 인해 기업들이 의도치 않게 규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1980년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현재 공정위 관할법률은 하도급법, 약관규제법, 표시광고법, 방문판매법, 할부거래법, 전자상거래법, 소비자기본법을 비롯해 2011년 제정돼 지난달 말 2차개정된 대규모 유통업법 등 14개에 달한다. 사실상 기업활동의 상당부분이 공정거래 관련규정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카르텔 규제나 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와 관한 규제, 기업결합규제에 더해 한국에서는 재벌 등 대기업규제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도 공정거래 관련 분쟁의 복잡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행정벌(行政罰) 성격의 과징금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박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과징금의 최고치가 3000만원에 불과했다"며 "제도가 변화하면서 과징금 규모의 상한이 60억원으로 높아졌다가 1000억원이 넘는 사건까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문제가 된 한국가스공사 LNG저장탱크 입찰담합에 관여된 건설사에 매겨질 과징금은 5000억~6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종전까지 공정위가 내린 최대 과징금 규모는 호남고속철 사건의 4355억원이었다. 

규제당국의 특성상 공격적으로 행정집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기업들이 예방적 차원의 대비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임영철 대표는 "(공정위라는) 집행기관의 본연의 역할은 채근질을 통해 바람직한 상황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문제되는 사안들이 법령상 문구대로, 개념대로만 발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개 현상을 보고 법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집행하는 게 규제당국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최근 법원까지 이어진 공정거래 관련 주요분쟁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경우가 있지만 경제와 사회가 발전을 지속하면서 새로운 이슈가 계속 발생하는 데 대해 규제당국은 도전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여타 행정기관에 비해 공정위의 패소율이 훨씬 낮다는 점도 무리한 법집행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종 공정거래그룹은 공정위가 매년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중점감시 항목을 열거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정위는 글로벌 독과점 사업자, 신유형 거래분야, 공공분야에 법집행 역량을 집중하고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 문화확산을 구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세종 관계자는 "공정위가 건설사 입찰담합 사건을 대부분 처리함에 따라 입찰담합 외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한 사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하도급법과 하도급법 관련지침이 개정돼 건설, 기계, 자동차, 선박 등 업종을 중심으로 하도급법 위반제재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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