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로그인] 프로게이머에게 저작권을 허하라

국내외 e스포츠 빠르게 발전…문화 컨텐츠 생산의 중심 프로게이머

송민경(변호사)기자 2016.09.24 04:24

2016년 4월30일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참석자들이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서울 e스타디움' 개관을 기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개관식에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김성수 시제이이앤엠(CJ E&M) 대표이사, 전병헌 의원(국제e스포츠연맹 협회장) 등 주요 내빈들이 참석했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컴퓨터 게임을 바탕으로 플레이어가 서로 승부를 겨루거나 기록을 세우는 e스포츠. 한때는 일부 나이 어린 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e스포츠 실태조사 및 경제효과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6억1천200만 달러(약 6천750억 원)로 추정된다.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e스포츠 시장 규모는 3억7천400만 달러로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의 61%에 해당한다.


한국의 e스포츠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지난 4월에는 방송 제작·송출 시설까지 갖춘 전용 경기장 '서울 e스타디움'이 서울 마포에 생기기까지 했다. 최초의 게임대회 중계인 '프로게이머 코리아오픈'이 첫 방송된 것은 1999년이다. 20년도 지나지 않아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은 중계 방송에 동시접속자 수 51만 명 이상을 기록했으니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중국도 e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게임포털 롄중(대표 우궈량)은 최근 'e스포츠 연맹'을 창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선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이미 정착된 것에 비하면 10년 이상 늦었지만 주목할 만하다. 거대 게임 기업 텐센트가 'LoL'이라는 글로벌 e스포츠의 주요 종목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발전 가능성이 크다.


아무 게임이나 e스포츠가 될 수는 없다. 1대1 또는 팀대팀 대결을 중심으로 해 승패가 단시간에 가려지거나 기록이 남는 게임이어야 하며 시청자들이 관람을 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여러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과거 '스타크래프트'가 10년 이상 장수한 데다 시리즈까지 나왔듯 게임 자체 수익과 함께 부가 수익도 챙길 수 있는 짭짤한 사업 아이템이다.


그러나 e스포츠를 만들어가는 주체인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현재 처우는 열악하다. 현재 프로게이머들은 '열정 페이'의 현실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 지위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다보니 유흥의 길로 빠질 확률도 높다. 수입이 충분하지 못해 저축을 하지 못하니 짧은 수명 때문에 은퇴한 후 길을 찾기 어렵다.


일부 성공한 후 은퇴한 프로게이머들도 있다. 그들은 방송인, 코치, 감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지만 이름없이 사라져 버린 프로게이머들도 많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승부조작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지만 그런 나쁜 꼬임에 빠지는 일부 선수들까지 생겼다.


프로게이머에게 e스포츠 경기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은 어떨까. 소설가에게 소설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고, 화가에게 그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 경기를 할 때마다 그 경기에 대한 저작권이 생기고 그 경기를 통해 시청료 등 방송국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면 프로게이머들은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일 뿐이지만 저작권은 원래 천부인권이 아니다. 천부인권이란 천부인권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자연권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저작권은 관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필요에 의해 생겨난 권리로 어디까지 인정할 권리를 인정할 지는 법이 정하는 것에 달려 있다. 즉 관련 법률의 개정이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인정하기 시작하면 프로게이머들에게 저작권을 인정해 편당, 또는 조회수당 수입을 주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란 얘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포츠를 만들어가는 주체인 프로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설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올인한 PC방 폐인으로 그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에게 저작권을 허하라. 새로운 문화 컨텐츠 생산의 중심인 그들이 올바른 댓가를 받을 때 우리나라의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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