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의 로그인] 신작게임 하려 '거짓휴가' 쓰는 직장인

법적으론 문제 없어…개인 취향 존중해야

송민경 기자(변호사) 2016.06.08 06:00

PC방에서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스1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게임회사에서 최근 신작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임이라 아침부터 신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형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올라왔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휴가 사유, 휴가, 가족행사 등의 검색어가 상위로 뜨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 이유는 이랬다. 게임 회사의 신작을 접하기 위해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고 회사를 쉬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어떤 누리꾼의 글이 논란이 됐다. 그 글에는 회사 사정이 힘들어 당분간 휴가를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원 둘이 휴가를 내며 그 사유를 ‘가족 행사’라고 했다고 돼 있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글쓴이가 직접 그 사원들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 가족행사가 있는지 물었고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두 직원이 신작 게임을 하러 갔을 거라는 추측을 덧붙이면서 잡으러 가야겠다는 말로 글을 끝내고 있었다. 즉 사원들이 휴가를 내면서 사유를 거짓말로 한 것이 잘못 됐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이에 직장인들이 이 글을 읽고 흥분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번 달에 쓰지 않으면 다음 달에 쓸 수 있으나 다음 해로 이월할 수는 없는 휴가다. 당연한 권리를 사용하는데 사유를 거짓으로 썼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를 옹호하는 측도 있다. 회사 사정이 바쁠 때면 휴가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휴가 사유를 거짓으로 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피할 수 없는 가족행사라서 휴가 사용을 허락한 것이지 게임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면 휴가를 불허했을 거란 논리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한 달을 일하면 하루의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이 내용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규정돼 있다. 회사는 계속해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여기에는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해당 회사의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휴가 사용에 승인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면 신작 게임을 사러 회사를 하루 쉬겠다는 직원이 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다.

게임이 뭐길래 휴가까지 받아서 나온 당일에 즐겨 보려고 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새로 나오는 게임을 남보다 먼저 해보는 것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할 수 있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관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신작 게임은 입소문을 타고 현재 많은 게이머를 끌어들이며 흥행 몰이 중이다. 휴가를 내지 못한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주말에 몰리면서 게임 순위가 올라갔다. 1위를 장기간 차지하고 있는 다른 게임을 밀어낼 수 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라 휴가를 내고서라도 먼저 해보고 싶어한 것은 아닐까. 그날 개봉하는 대작 영화를 먼저 보려는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면 조금 더 이들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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