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인정받을 수 있을까…"합리적 대체복무 시급"vs"시기상조"

화우공익재단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쟁점 토론' 세미나

박보희 기자 2016.12.08 12:28
사진=화우공익재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인권의 문제를 군대가기 싫은 일부 사람들의 주장으로 폄훼한 것이다."(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매년 500여명의 구속자가 발생하는 인권침해 상황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대체복무 입법은 시급하다.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어떤 대체복무제를 설계하고 시행할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임재성 해마루 변호사)

화우공익재단은 지난 7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쟁점 토론'을 주제로 공익세미나를 개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위헌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왔다.

"추상적 '국가안보'때문에 '기본권·형벌과잉' 무시…국가 안보 위해서라도 대체복무 도입해야"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헌법적 고찰'을 주제로 발제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양심·사상·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 측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분석했다. 법원이 추상적 안보 개념에 과하게 가치를 두면서 오히려 기본권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있지 않다"며 "법원은 추상적인 국가안보와 국방의무 개념, 분단 상황에 대한 과잉의 가치부여를 통해 헌법에 병역거부권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군색한 근거를 대고 있다. 형벌 과잉조치에 대해서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는 최소한 입법자에게 대체복무제 입법의무를 지우고 대체복무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 해소 문제는 국회에 맡기된 될 일"이라며 "전쟁을 겪은 사회이고 정전체제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중요한 헌법적 요청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오히려 진정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 시급"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합리적'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시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통해 병역기피가 만연하는 것 또한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일부 판사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무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이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주관적 판단에 따라 무죄로 판단할 경우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 교수는 합리적 대체복무제를 위해서는 △병역거부의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대체복무의 부담이 병역의무 이행보다 가볍지 않아야 한다는 점 △전쟁 중 특수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규율돼야 한다는 점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만일 과도한 부담이 될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의미가 상실될 수 있고, 부담이 현역복무에 미치지 못하면 사실상 병역기피"라며 "국회가 이에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승 건국대 로스쿨 교수 역시 그리스와 독일의 사례를 비교하며 적절한 형태의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그리스의 경우 근무여건이 가혹하고 기간이 두배에 달하는 등 가학적인 의도가 가득하다"며 "공정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성 해마루 변호사는 대체복무제의 형평성을 강조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가 인정되면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킬수 있을 형평성을 갖춘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미 많은 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수행하고 있고, 우리 역시 8만3000여명의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개체복무에 준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를 참고하면 합리적 해체복무를 설계하고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시기상조…형사처벌 조정 검토 필요"

대체복무제 도입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무를 다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 의무를 무조건 이행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만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헌법 질서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국민의 기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형벌의 적정성 원칙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병역 의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양심적 병역대체의무를 찾아 다른 방법으로 병역의무에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왔다. 여전히 존재하는 전쟁위험 때문이다. 다만 징역형보다는 금고형 등으로 형벌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이다.

이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전쟁이 사라진 완전한 세계평화 체제가 이룩되기 전까지 전쟁은 필요악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지기 전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현실에서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가 가지는 특성에 비춰 강제노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징역형이 아닌 금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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