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L생활법률]'앗, 도둑'…집주인에게 손해배상 가능할까

임대인이 방범창 등 달아줬다면 책임 인정 안 돼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1.05 18:32


#대학생 A씨는 도로에 인접해 있으며 담장도 낮을 뿐만 아니라 대문도 없는 주택의 반지하방을 빌려 살고 있었다. 반지하라 조금 불만은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돌아온 A씨는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들어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지하다 보니 창문을 뚫고 도둑이 안으로 침입해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몇 가지 가져간 것이다. 오싹한 기분이 들어 A씨는 주인에게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다.

집주인은 창문에 보안을 강화하겠다면서 방범창을 해주었다. 그런데 얼마 뒤, A씨는 또 집에 누군가 침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집에 있던 노트북이 사라진 것이다. A씨는 집주인에게 연락했지만 집주인은 두 번째 도난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전혀 해줄 수 없다고 했다. 방범창을 달아줬으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 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A씨는 집주인을 상대로 도난당한 물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A씨는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사례에서 반지하방을 빌려서 살고 있는 A씨가 계속 그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의 상태를 유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는 것이 집주인의 수선의무에 해당한다.


집주인이 1차 도난사고 직후 방범창을 설치해 준 것은 법적으로 보면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집주인은 자신의 의무를 이행했기 때문에 A씨가 그에게 추가로 도난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단 얘기다.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대차관계에서 임대인(집주인)의 임차인(사례의 A씨)에 대한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을 제공해 임차인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수익하게 함에 그치는 것"이라며 "임차인의 안전을 배려해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임대인은 임차목적물에서 발생한 1차 도난사건 직후 임대목적물에 방범창을 설치해 줬다면 임대인으로서는 임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다 한 것이고 더 나아가 임차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다10004 판결) 즉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단 얘기다.


정현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율)은 “민법상 임대인에게는 수선의무만 부여되고 보호의무까지는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도둑이 훔쳐간 손해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즉 집주인에게 보안과 안전에 대한 의무까지 부여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정 변호사는 “임차인은 집주인과 잘 협의해서 보안에 더더욱 만전을 기하고 처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관련 사항들에 대해 미리 체크해 두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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