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수술중 주사 10번 찔린 뒤 쇼크死…의사과실?

"수술에 따라 예상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의사 책임 아냐"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7.04.03 14:35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다 환자가 사망할 경우 문제되는 죄목은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죄다.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의 '업무(業務)'란 일반적인 업무보다 특별히 더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를 요구하는 특수한 업무를 말하므로, 이 죄의 업무에 의사의 의료행위는 당연히 포함된다.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된 주의의무 문제에서 어느 정도의 실수를 '의료 과실'이라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2008도3090)가 있어 소개한다.

 

X대학병원 소아외과 전문의 A씨는, 1시간 반에 걸쳐 소아과에서 신장, 간, 비장 등으로의 전이가 의심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환자인 5세 B양을 수술했다.

 

수술은 계속적인 항암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B양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과 우측 흉부에 관을 삽입하는 것으로, B양은 혈소판 수치가 심하게 낮은 백혈병 환자였기 때문에 수혈을 통해 인위적으로 혈소판 수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등 지혈이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주사바늘로 B양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을 찾는 과정에서 이를 정확히 찾지 못한 채 해당 부위를 10여 차례 찔렀다. 그 과정에서 주사바늘이 B양의 우측 쇄골하 혈관과 흉막을 관통해 혈흉이 발생했고, 1시간 정도 지난 뒤 X대학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C씨가 B양을 상대로 지혈조치를 시행했지만 몇 시간 뒤 B양은 심폐소생술을 받던 중 혈흉으로 인한 쇼크로 사망했다.

 

검찰은 소아외과 전문의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소아외과 전문의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씨에게 과실이 없었다고 봤다. B양이 A씨의 수술 과정에서 발생된 혈흉으로 인한 쇼크 때문에 사망한 것을 A씨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의료과오사건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나쁜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야 하며, 이때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아외과 전문의인 A씨의 의료 과실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보통의 대학병원 소아외과 전문의였다면 A씨의 상황에서 어떤 처치를 했을 것인지 기준으로 삼게 된다.

 

재판부는 또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라며 "의사가 선택한 진료방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쇄골하 정맥·동맥과 흉막은 해부학적으로 매우 근접해 있고, 시술자가 육안으로 혈관을 확인하지 못한 채 오직 감각에 의존하여 주사바늘로 중심정맥을 찾는 이 사건 수술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합병증으로 동맥의 손상이나 기흉, 혈흉을 들 수 있다"며 "B양에게 발생한 혈흉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이상, 혈흉이 발생됐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수술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A씨가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지 않았다거나 주사바늘로 B양의 쇄골하 부위를 10회 정도 찔렀다는 점을 들어 그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수술 시행 중 혈관 및 흉막에 손상을 가하여 혈흉을 발생시켰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나아가 A씨가 같은 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C씨로 하여금 B양에게 지혈조치를 하게 했던 점을 볼 때, A씨가 B양의 혈흉 치료를 위한 조치를 게을리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 판례 팁 = 위 판례는 의사의 의료 과실과 관련된 형사법적 문제지만, 의료 과실이 문제될 경우에는 민사적 문제도 남는다. 많은 경우, 환자 측은 형사 고소를 하는 외에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의사의 의료 과실이라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민법 제750조) 문제에서 법원은 의료 사고의 경우 환자의 손해 발생과 그 원인이 되는 의료행위 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행위를 한 의료인의 과실이 추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즉, 의료인의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더라도 그것이 의학적 판단 하에 이루어진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의료인의 과실이 없었더라도 자연적으로 발생될 수 있었던 부작용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책임을 의료인에게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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